'엔트리 못 채울 위기' 황선홍호…9년 전 필리핀농구는 어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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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AG 앞두고 필리핀농구협회도 엔트리 마감 뒤 선수 바꿔
귀화 선수 규정 위반으로 문제 돼…'행정 실수' 축구협회보단 억울한 사례 황선홍호가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처리 실수 탓에 한 명 부족한 선수단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갈 위기에 놓인 가운데 9년 전 인천 대회 때 필리핀 남자 농구 대표팀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례가 있어 관심을 끈다. 19일 대한축구협회는 음주 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파악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상민(성남) 대신 다른 선수를 엔트리에 넣기 위해 노력 중이다.
22명의 대회 엔트리 제출 기한이 지난 15일로 끝난 가운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엔트리 제출 마감 뒤에는 부상 및 의료적 소견에 의한 선수 교체만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황선홍호는 한 명 적은 21명만으로 항저우 대회에 나가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9년 전 필리핀 남자 농구 대표팀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경험이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필리핀농구협회는 귀화 선수 안드레이 블래치의 출전 자격을 두고 OCA, 대회 조직위와 충돌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블래치는 2005년부터 2014년 여름까지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누빈 선수였다. 그해 8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과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앞뒀던 필리핀농구협회는 1월에 블래치에게 귀화 제의를 했다.
블래치는 받아들였고, 농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필리핀 정부는 그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FIBA 규정상 귀화 선수 요건도 충족했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블래치는 필리핀 대표로 FIBA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OCA 규정에는 '귀화 선수는 귀화 후 해당 국가에 3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FIBA에는 없는 규정이었다.
대회 조직위는 규정에 따라 블래치의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필리핀농구협회와 FIBA는 OCA에 항의했으나, 결국 블래치의 출전은 허용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을 포기할 수 없었던 필리핀농구협회는 이전에 귀화 선수로 대표팀에서 뛰었던 마커스 다우잇을 블래치 대신 엔트리에 넣으려 했다.
그런데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은 한 달이나 지난 뒤였다.
이 대목에서 필리핀농구협회는 지금의 대한축구협회와 같은 문제를 경험한다.
필리핀농구협회는 부상 및 의료적 소견에 의한 선수 교체만 허용하는 OCA 규정을 회피하려고 많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초트 레예스 당시 필리핀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이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레예스는 "블래치는 자신이 부상을 당했다고 우리가 선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NBA 팀에서 뛰려는 그의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우잇을 뽑기 위해 '멀쩡한' 블래치가 부상이 있는 것처럼 거짓 발표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다. 다우잇은 결국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필리핀농구협회가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블래치가 빠진 엔트리를 지켜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다우잇의 사례를 볼 때 OCA는 '부상 및 의료적 소견에 의한 선수 교체만 가능하다'는 규정을 빡빡하게만 적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9년 전 필리핀농구협회와 지금 대한축구협회가 처한 상황이 같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필리핀농구협회는 상급 기관인 FIBA의 유권해석을 믿고 블래치를 최종 엔트리에 넣은 부분도 있어, 순전히 행정 실수로 일을 그르친 대한축구협회보다는 확실히 억울한 사례다.
그러나 '부상 외의 사유'로 뒤늦게 엔트리 교체를 시도한다는 점은 같다. 한편,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차출을 소속팀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이 역시 부상 외의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황선홍호는 2명 적은 20명으로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귀화 선수 규정 위반으로 문제 돼…'행정 실수' 축구협회보단 억울한 사례 황선홍호가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처리 실수 탓에 한 명 부족한 선수단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갈 위기에 놓인 가운데 9년 전 인천 대회 때 필리핀 남자 농구 대표팀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례가 있어 관심을 끈다. 19일 대한축구협회는 음주 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파악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상민(성남) 대신 다른 선수를 엔트리에 넣기 위해 노력 중이다.
22명의 대회 엔트리 제출 기한이 지난 15일로 끝난 가운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엔트리 제출 마감 뒤에는 부상 및 의료적 소견에 의한 선수 교체만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황선홍호는 한 명 적은 21명만으로 항저우 대회에 나가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9년 전 필리핀 남자 농구 대표팀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경험이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필리핀농구협회는 귀화 선수 안드레이 블래치의 출전 자격을 두고 OCA, 대회 조직위와 충돌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블래치는 2005년부터 2014년 여름까지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누빈 선수였다. 그해 8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과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앞뒀던 필리핀농구협회는 1월에 블래치에게 귀화 제의를 했다.
블래치는 받아들였고, 농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필리핀 정부는 그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FIBA 규정상 귀화 선수 요건도 충족했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블래치는 필리핀 대표로 FIBA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OCA 규정에는 '귀화 선수는 귀화 후 해당 국가에 3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FIBA에는 없는 규정이었다.
대회 조직위는 규정에 따라 블래치의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필리핀농구협회와 FIBA는 OCA에 항의했으나, 결국 블래치의 출전은 허용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을 포기할 수 없었던 필리핀농구협회는 이전에 귀화 선수로 대표팀에서 뛰었던 마커스 다우잇을 블래치 대신 엔트리에 넣으려 했다.
그런데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은 한 달이나 지난 뒤였다.
이 대목에서 필리핀농구협회는 지금의 대한축구협회와 같은 문제를 경험한다.
필리핀농구협회는 부상 및 의료적 소견에 의한 선수 교체만 허용하는 OCA 규정을 회피하려고 많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초트 레예스 당시 필리핀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이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레예스는 "블래치는 자신이 부상을 당했다고 우리가 선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NBA 팀에서 뛰려는 그의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우잇을 뽑기 위해 '멀쩡한' 블래치가 부상이 있는 것처럼 거짓 발표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다. 다우잇은 결국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필리핀농구협회가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블래치가 빠진 엔트리를 지켜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다우잇의 사례를 볼 때 OCA는 '부상 및 의료적 소견에 의한 선수 교체만 가능하다'는 규정을 빡빡하게만 적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9년 전 필리핀농구협회와 지금 대한축구협회가 처한 상황이 같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필리핀농구협회는 상급 기관인 FIBA의 유권해석을 믿고 블래치를 최종 엔트리에 넣은 부분도 있어, 순전히 행정 실수로 일을 그르친 대한축구협회보다는 확실히 억울한 사례다.
그러나 '부상 외의 사유'로 뒤늦게 엔트리 교체를 시도한다는 점은 같다. 한편,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차출을 소속팀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이 역시 부상 외의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황선홍호는 2명 적은 20명으로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