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마 할퀴고 간 청주 미호강 주변…"이런 수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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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며 상품들은 모두 진흙투성이…밭은 늪으로 변해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제품들을 사흘째 씻고 있는데 끝이 안 보여요. 살다 살다 이런 수해는 처음이네요"
19일 범람한 미호강이 휩쓸고 지나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서 만난 농업용품 도소매업자 이왕영(63)씨는 바깥으로 들어내 놓은 물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5일 오전 이 일대는 미호강 제방이 붕괴하면서 쑥대밭이 됐다.
한순간에 들이닥친 물은 주택가와 상가를 덮쳐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갔다. 집기들을 모두 들어내 놓은 주택들은 텅텅 비어 있었고 상인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거리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최씨는 "물이 들이닥칠 당시 가게에 있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맨몸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홍수로 수천만 원의 피해를 봤는데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인접한 오송읍에서 만난 신유승(73)씨는 집을 잃었다. 이날 그의 집에서는 지역 봉사단체 회원 7명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집안 물품들을 모조리 밖으로 빼내고 있었다.
신씨는 "트럭이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데도 버려야 할 물건들이 끝이 없다"면서 "바닥재부터 냉장고, 싱크대까지 싹 다 들어내야 한다"며 허탈해했다.
불어난 물은 여지없이 농경지들도 휩쓸고 지나갔다. 작물들은 흙으로 범벅이 돼 힘없이 한쪽으로 쓰러져 있었고 밭은 늪처럼 질퍽거렸다.
오송읍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성일경(63)씨는 "농사를 35년 지었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면서 "2천400평짜리 밭이 죄다 잠겨 나무가 썩고 벌레들이 복숭아를 다 파먹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벼농사를 짓는 이규범(82)씨는 "더러운 물이 휩쓸고 지나가 병충해 방지 작업을 해야 할 판"이라면서 "그 인건비와 농약값은 누가 내주냐"며 울상을 지었다.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닷새째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오송읍행정복지센터 복지회관에서 만난 채목석(82)씨는 "집안의 모든 걸 다 잃어서 달리 갈 데도 없다"면서 "여기서 그래도 먹여주고 재워주니 다행"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황문구(64)씨는 "갑자기 대피소가 문을 닫는다고 할까 봐 걱정"이라며 "내일 봉사단체에서 집을 치워준다는데 언제쯤 집에서 원래대로 생활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청주시에선 지난 15일 미호천 제방 붕괴로 인한 홍수로 2천61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현재까지 415명이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택 155채, 농경지 1천705㏊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으며 상가 피해 현황은 집계 중이다. chase_
/연합뉴스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제품들을 사흘째 씻고 있는데 끝이 안 보여요. 살다 살다 이런 수해는 처음이네요"
19일 범람한 미호강이 휩쓸고 지나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서 만난 농업용품 도소매업자 이왕영(63)씨는 바깥으로 들어내 놓은 물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5일 오전 이 일대는 미호강 제방이 붕괴하면서 쑥대밭이 됐다.
한순간에 들이닥친 물은 주택가와 상가를 덮쳐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갔다. 집기들을 모두 들어내 놓은 주택들은 텅텅 비어 있었고 상인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거리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최씨는 "물이 들이닥칠 당시 가게에 있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맨몸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홍수로 수천만 원의 피해를 봤는데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인접한 오송읍에서 만난 신유승(73)씨는 집을 잃었다. 이날 그의 집에서는 지역 봉사단체 회원 7명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집안 물품들을 모조리 밖으로 빼내고 있었다.
신씨는 "트럭이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데도 버려야 할 물건들이 끝이 없다"면서 "바닥재부터 냉장고, 싱크대까지 싹 다 들어내야 한다"며 허탈해했다.
불어난 물은 여지없이 농경지들도 휩쓸고 지나갔다. 작물들은 흙으로 범벅이 돼 힘없이 한쪽으로 쓰러져 있었고 밭은 늪처럼 질퍽거렸다.
오송읍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성일경(63)씨는 "농사를 35년 지었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면서 "2천400평짜리 밭이 죄다 잠겨 나무가 썩고 벌레들이 복숭아를 다 파먹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벼농사를 짓는 이규범(82)씨는 "더러운 물이 휩쓸고 지나가 병충해 방지 작업을 해야 할 판"이라면서 "그 인건비와 농약값은 누가 내주냐"며 울상을 지었다.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닷새째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오송읍행정복지센터 복지회관에서 만난 채목석(82)씨는 "집안의 모든 걸 다 잃어서 달리 갈 데도 없다"면서 "여기서 그래도 먹여주고 재워주니 다행"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황문구(64)씨는 "갑자기 대피소가 문을 닫는다고 할까 봐 걱정"이라며 "내일 봉사단체에서 집을 치워준다는데 언제쯤 집에서 원래대로 생활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청주시에선 지난 15일 미호천 제방 붕괴로 인한 홍수로 2천61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현재까지 415명이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택 155채, 농경지 1천705㏊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으며 상가 피해 현황은 집계 중이다. chase_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