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UAE, 64조원 규모 협력 약속…강진 피해 복구도 지원

아부다비 국부펀드, 10조원 상당 '지진 구호' 채권 매입 추진
중동 순방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대규모 경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메흐메트 심셰크 튀르키예 재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오늘 튀르키예와 UAE가 507억 달러(약 64조원) 규모의 전략적 협정 및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관계 강화를 약속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UAE 국영 WAM 통신은 이번 양국의 협정은 원자력·수소·석유화학·국방·우주·금융·지진 복구 등 분야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ADQ)는 지난 2월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의 재건 활성화를 위해 85억 달러(약 10조8천억원) 상당의 채권 매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1천600억 달러 규모 자산을 보유한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UAE와 거래하는 튀르키예 기업을 대상으로 한 30억 달러(약 3조8천억원) 규모 자금 지원도 약속했다.

심셰크 장관은 현지 언론에 "우리는 이미 재정을 개선하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전략적이며 강력한 초기 조처를 했다"며 "UAE가 우리의 프로그램을 믿는다는 것은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초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 경제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UAE를 방문했다. 지난달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은 38%를 기록했다.

85%를 기록한 지난해 10월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재정 적자는 83억7천만 달러에 달한다. 튀르키예는 지난 2월 강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천억 달러 이상이라고 추산한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에너지·방위 산업·직접 투자·인프라·미디어 등 분야 협력을 위해 다수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우디는 튀르키예산 무인기(드론)를 구매하기로 했다.

튀르키예는 지난 2년간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여왔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국들은 2011년 아랍권에서 확산한 민주주의 운동인 '아랍의 봄' 때부터 튀르키예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다.

민중봉기에 큰 역할을 한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단체들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걸프국들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집단으로 본다.

사우디와 UAE 등이 2017년 카타르를 따돌리고 경제를 봉쇄하려고 했을 때도 튀르키예는 카타르의 우군으로서 대립각을 세웠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위기 속에 관계 개선에 나서 2022년 4월 사우디를 찾았고 빈살만 왕세자도 작년 5월 튀르키예를 답방했다. 사우디는 올해 3월 튀르키예 중앙은행에 50억 달러를 예치해 금융 안정성 회복, 경제위기 완화 노력에 힘을 보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