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윤리위, '수해 골프' 홍준표 징계절차 개시…26일 수위 논의(종합)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 어딨나' 페이스북 글도 징계 사유
제명 전례 있어 중징계 가능성도…윤리위원 "사과문, 아직 부족"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20일 '수해 골프'로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1시간여만에 홍 시장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징계 사유는 당 윤리규칙 제22조 2항(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을 위반한 '수해 중 골프 행위', 제4조 1항(품위유지)을 위반한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글 게시'라고 윤리위는 밝혔다.

윤리위 다음 회의는 오는 26일 열린다. 이르면 이날 홍 시장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시장은 충청·영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갔다.

한 시간가량 골프를 치다 비가 와서 그만두고 돌아갔다고 홍 시장은 설명했다. 전국적 수해 상황에서 골프를 친 것이 논란이 되자 홍 시장은 17일 SNS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이 골프를 칠 당시 대구에는 인명 사고가 없었다고 해명하며 "시대착오적인 서민 코스프레 하지 말라", "공직자들의 주말은 자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도 "부적절하지 않았다"며 페이스북에 쓴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과 발언'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당은 이튿날인 18일 김기현 대표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윤리위는 홍 시장에 대한 징계 논의를 직권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홍 시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은 논란을 빚은 17일 자 SNS 게시물 두 건을 자진 삭제하고 윤리위 측에 사과문과 의견서, 비상 상황 근무 현황표도 제출했다.
뒤늦은 '반성 행보'에도 윤리위가 공식적으로 징계 절차를 개시하면서 홍 시장은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의 네 단계로 나뉜다.

홍 시장에게는 이 중 '중징계'에 해당하는 당원권 정지 이상 수준의 징계도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6년 '수해 골프'로 물의를 일으켜 제명당한 전례도 있다.

김기윤 윤리위원은 이날 윤리위 회의에 들어가며 기자들에게 "과거 유사한 사건의 징계처분 결과가 참작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이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시정 활동에 큰 제약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당정 협의 등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홍 시장의 사과와 게시물 삭제 등이 징계 수준에 참작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은 "사과하지 않는 분과 사과하는 분은 징계 양정에 (다르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은 "저희는 홍 시장이 사과문을 썼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으로 본다"며 "수해 현장을 찾아가 가족들을 위로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양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