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효과 제한적…선별지급 등으로 효율성 높여야"(종합)

국회 인구포럼…정책 도입 전후 어머니 고용·만족도·건강 평가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만 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매달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이 실제로 어머니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고강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1회 인구포럼에서 발표한 '아동수당 효과 분석'에 따르면, 정책 시행 전과 후 어머니들의 노동공급, 삶에 대한 만족도, 건강상태 등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아동수당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동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2018년 9월 처음 도입됐다.

처음에는 소득 하위 90% 가구 만 6세 미만 아동에게만 지급했으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10%를 가려내는 데 과도한 비용과 행정력이 들어간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듬해 1월부터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제도로 바뀌었다. 이후 지급 대상은 2019년 9월 만 7세 미만, 작년 4월 만 8세 미만 아동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강 교수는 한국노동패널 2014∼2020년 데이터를 활용해 정책의 혜택을 받은 0∼6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삶이 정책 시행 전(2014∼2017년)과 후(2019∼2020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했다.

아동수당을 받지 않은 8∼14세 자녀를 둔 어머니 집단도 분석해 아동수당 외 다른 요소가 어머니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7세 자녀를 둔 어머니의 경우 2019년에 자격요건이 변화한 점을 고려해 분석에서 제외했다.
연구 결과 정책 혜택을 받은 0∼6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고용률이 정책 시행 후 늘었거나 줄었다는 뚜렷한 패턴이 관측되지 않았다.

일하는 어머니들의 주별평균 근로시간은 정책 시행 이후 감소했으나, 정책혜택을 받은 집단과 받지 않은 집단 모두에서 줄어 아동수당 정책의 효과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강 교수는 "통계 결괏값이 충분히 크지 않고 추정치 값도 일관적이지 않아 현재로서는 아동수당 정책이 어머니들의 노동공급을 변화시켰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을 받은 자녀의 어머니가 느끼는 삶에 대한 만족도와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가 정책 시행 이후 개선되거나 악화했다는 명확한 통계적 추세도 발견되지 않았다.

강 교수는 "삶에 대한 만족도를 개인 후생에 대한 척도로 해석한다면, 아동수당이 실질적으로 가구 후생 증진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했음을 알 수 있다"며 "선별지급 등 아동수당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올해 도입된 부모급여와 현금지원체계 개편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부모급여는 만 0세 아동에게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에게 월 35만원을 지원하는 영아돌봄 지원책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내년부터는 지원금이 확대돼 만 0세 아동은 월 100만원, 만 1세 아동은 월 50만원을 받는다.

다만 부모가 아동을 가정에서 양육하지 않고 어린이집에 보내면 보육료 51만4천원을 바우처로 받고 나머지 18만6천원을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박 부연구위원은 "내년 기준으로 1∼3분위 중저소득 가구의 경우 부모급여가 양육비 총액을 넘어선다"며 "저소득층에서 부모급여로 인한 소득 보전 효과와 체감도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급여 지급액이 크게 증가했지만 이와 함께 통합적인 지원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해 기존 영아수당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대체형으로 설계됐다"며 "이 경우 여성이 영아를 보육서비스 기관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양육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