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같아"…조금 걸었는데 땀 줄줄, 힘든 대프리카 여름나기

"햇볕 강한데 습도까지 높아"…폭염에 달성공원 동물도 기진맥진
공사장 인부들, 젖은 수건 목에 두르고 연신 얼음물로 더위 식혀
"사우나 속을 걷는 기분입니다. "
28일 오후 1시 30분께,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이곳을 지나던 직장인 윤모씨는 "햇볕도 강한데 습도까지 높아서 걸어가기가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범어동 일대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 손에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필수 아이템인 차가운 음료나 부채, 소형 선풍기가 빠지지 않고 들려있었다.

인근 대형 아파트 공사장 인부들은 휴식 시간을 맞아 그늘에 모여 앉아 더위를 식혔다. 인부들은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르고 얼음물이 든 물통을 얼굴에 연신 갖다 대면서 더위를 날리려 애를 먹었다.

도시철도 역에도 '무더위가 심한 시간대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됐다.
중구 달성공원에 있는 동물들도 무더위를 나느라 진을 빼긴 마찬가지였다. 맹수인 사자와 호랑이, 곰은 그늘에 드러누워 꼼짝하지 않았다.

열대우림에 사는 코끼리는 인공 호스에서 떨어지는 수돗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혔다.

어르신들은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거나 의자에 모여 앉아 부채질하느라 바빴다. 부채질을 하던 60대 A씨는 "아이고, 조금만 걸었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며 "비가 그치더니 갑자기 너무 더워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방학 기간에 접어들면서 도심 속 공공 물놀이 시설에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구청 인근 평리공원 바닥분수에 모인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물줄기가 언제 나올까 기다렸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푹푹 찌는 더위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가동시간에 맞춰 물이 뿜어져 나오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갔다.

시원한 물줄기에 둘러싸인 아이들은 방방 뛰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빠와 함께 온 양서원(4)군은 "재밌어요.

내일도 아빠랑 오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자기 키를 훌쩍 넘는 물줄기에 겁이 났는지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아이도 있었다.

부모들은 벤치에 앉아 더위 속 고단했던 육아를 잠시 내려놓고 쉬고 있었다.

양군의 부친인 양호준(37)씨는 "평리공원 분수가 아이들이 놀기 좋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아이들이 바닥분수를 너무 좋아해서 올해 여름휴가는 멀리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웃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대구 낮 최고기온은 33.5도를 나타냈다.

북구는 35.4도로 가장 무더웠다.

경북은 경산(하양)이 36.4까지 치솟았고 안동(하회) 35.7도, 울진(금강송) 35.5도, 포항(기계) 35.4, 성주 35.3도 등으로 집계됐다. 대구와 경북에는 현재 폭염 경보가, 울릉도·독도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