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벨기에군 숙소명칭은 '코리아'…韓입양아 병사가 부대기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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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 계승' 제3공수대대, 매년 기념식 주관…빗속에도 참전용사 등 200여명 참석
곳곳에 태극기 '펄럭'…한국전 기념비엔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문구 "우리 부대는 '벨룩스 대대'(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 지칭) 전통을 계승하고 있어서 한국의 흔적이 곳곳에 있을 겁니다. "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동북부 카스테를레이에 위치한 제3공수대대에서 만난 군 관계자는 기자에게 "한번 잘 눈여겨 찾아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벨기에군 특수작전연대 산하 제3공수대대는 한국에서는 '6·25 참전부대'로 알려진 부대다.
대대가 1955년 창설됐기에 엄밀히 말하면 참전부대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해당 부대가 창설될 무렵 벨기에 대대에 룩셈부르크 소대 병력이 합류해 편성된 통합부대인 '벨룩스 대대'가 한국전에서 모든 임무를 마치고 본국에 복귀하면서 해체되자 해당 부대에서 참전 부대기 등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또 현지 참전용사들의 노력으로 영내에 작은 박물관과 한국전 기념비 등이 세워지는가 하면, 대대 측에서 매년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양국의 한국전 참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주관하는 등 참전 정신을 계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방문한 영내 곳곳에는 '코리아'(Korea)라고 내걸린 명패나 글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장병 숙소 건물은 '코리아', 장교회관 건물 명칭은 '클럽 코리아'다.
연병장 중앙에는 한국전 기념비도 자리 잡고 있다.
기념비에는 '잊힌 전쟁'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전혀 알지 못했던 국가와 만난 적 없는 이들을 지켜달라는 요청에 응답했던 모든 이들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잊힌 전쟁'은 벨기에를 비롯한 유럽에서 한국전 참전 역사가 상대적으로 도외시 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기념비 하단에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글귀도 선명하게 새겨졌다.
연병장에는 평상시에도 벨기에, 룩셈부르크 국기는 물론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이 항시 펄럭인다고 한다.
이날 현장 취재를 한 매체는 연합뉴스가 유일할 만큼 현지에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지 않지만, 군 관계자는 "취재진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유사한 방식으로 기념식을 열어 참전의 역사를 기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대부분 구순이 넘은 생존 참전용사 15명을 비롯해 참전용사 후손, 벨기에 및 룩셈부르크군 관계자 등 200여명은 비가 내려 여름 치고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현장에서 만난 참전용사 보이언 로허르(91) 씨는 "이제는 귀도 잘 안 들리고, 갈수록 거동이 불편하지만 가능하면 매년 참석하려고 한다"면서 "우리를 잊지 않고 이렇게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루턴 마르틴(92) 씨는 "2000년대 들어 한국에 두 번 가봤는데 확 달라진 발전상에 감탄했다"면서 "전쟁 당시와 변하지 않은 유일한 건 '친절한 한국인들'"이라며 웃었다. 기념식에서는 룩셈부르크군 제복을 입은 동양인 병사 1명이 참전부대기를 드는 '기수'로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인공은 한국인 입양아인 필리프 파울리(23) 일병이다.
자신의 한국 이름을 '민'이라고 소개한 그는 생후 5개월에 룩셈부르크로 입양됐으며, 지난해부터 룩셈부르크군에 자원입대해 복무 중이다. 룩셈부르크 국적임에도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표현한 파울리 씨는 "지휘관이 내가 한국 출신이라고 했더니 참석을 권유했다"며 "우리나라를 지켜준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한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뜻깊었다"며 웃었다. /연합뉴스
곳곳에 태극기 '펄럭'…한국전 기념비엔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문구 "우리 부대는 '벨룩스 대대'(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 지칭) 전통을 계승하고 있어서 한국의 흔적이 곳곳에 있을 겁니다. "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동북부 카스테를레이에 위치한 제3공수대대에서 만난 군 관계자는 기자에게 "한번 잘 눈여겨 찾아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벨기에군 특수작전연대 산하 제3공수대대는 한국에서는 '6·25 참전부대'로 알려진 부대다.
대대가 1955년 창설됐기에 엄밀히 말하면 참전부대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해당 부대가 창설될 무렵 벨기에 대대에 룩셈부르크 소대 병력이 합류해 편성된 통합부대인 '벨룩스 대대'가 한국전에서 모든 임무를 마치고 본국에 복귀하면서 해체되자 해당 부대에서 참전 부대기 등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또 현지 참전용사들의 노력으로 영내에 작은 박물관과 한국전 기념비 등이 세워지는가 하면, 대대 측에서 매년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양국의 한국전 참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주관하는 등 참전 정신을 계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방문한 영내 곳곳에는 '코리아'(Korea)라고 내걸린 명패나 글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장병 숙소 건물은 '코리아', 장교회관 건물 명칭은 '클럽 코리아'다.
연병장 중앙에는 한국전 기념비도 자리 잡고 있다.
기념비에는 '잊힌 전쟁'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전혀 알지 못했던 국가와 만난 적 없는 이들을 지켜달라는 요청에 응답했던 모든 이들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잊힌 전쟁'은 벨기에를 비롯한 유럽에서 한국전 참전 역사가 상대적으로 도외시 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기념비 하단에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글귀도 선명하게 새겨졌다.
연병장에는 평상시에도 벨기에, 룩셈부르크 국기는 물론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이 항시 펄럭인다고 한다.
이날 현장 취재를 한 매체는 연합뉴스가 유일할 만큼 현지에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지 않지만, 군 관계자는 "취재진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유사한 방식으로 기념식을 열어 참전의 역사를 기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대부분 구순이 넘은 생존 참전용사 15명을 비롯해 참전용사 후손, 벨기에 및 룩셈부르크군 관계자 등 200여명은 비가 내려 여름 치고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현장에서 만난 참전용사 보이언 로허르(91) 씨는 "이제는 귀도 잘 안 들리고, 갈수록 거동이 불편하지만 가능하면 매년 참석하려고 한다"면서 "우리를 잊지 않고 이렇게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루턴 마르틴(92) 씨는 "2000년대 들어 한국에 두 번 가봤는데 확 달라진 발전상에 감탄했다"면서 "전쟁 당시와 변하지 않은 유일한 건 '친절한 한국인들'"이라며 웃었다. 기념식에서는 룩셈부르크군 제복을 입은 동양인 병사 1명이 참전부대기를 드는 '기수'로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인공은 한국인 입양아인 필리프 파울리(23) 일병이다.
자신의 한국 이름을 '민'이라고 소개한 그는 생후 5개월에 룩셈부르크로 입양됐으며, 지난해부터 룩셈부르크군에 자원입대해 복무 중이다. 룩셈부르크 국적임에도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표현한 파울리 씨는 "지휘관이 내가 한국 출신이라고 했더니 참석을 권유했다"며 "우리나라를 지켜준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한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뜻깊었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