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래고 검게 그을린 흔적…15년 전 상처 딛고 나타난 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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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전시관 개관…남은 부재로 문루 일부 재현
국보·보물 등 건축 수리 현장서 나온 기둥·대들보 등 부재 한자리에 2008년 2월 10일 저녁. 국보 숭례문(崇禮門) 주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곧 불길이 치솟았다. 당시 방화범이 불을 지른 2층 문루(門樓·문 위에 세운 높은 다락)는 화염에 휩싸인 채 서서히 타들어 갔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나무 부재들은 시커먼 잿빛으로 물들었다.
1398년 축조된 한양도성의 정문인 숭례문에 남은 상처였다. 화재가 발생한 지 15년이 되는 올해 숭례문 2층 문루의 일부가 생생하게 재현됐다.
과거의 상처는 물론, 치유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모습으로다.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인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은 전통 건축물에 쓰인 부재와 재료를 한자리에 모은 상설 전시관을 개관한다고 1일 밝혔다. 주요 사찰을 포함한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서 나온 기둥, 대들보, 기와 등 각종 부재 가운데 보존 가치가 높은 100여 점을 모은 공간이다.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1층에 들어선 전시관의 핵심은 숭례문 일부를 재현한 공간이다.
재단의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는 그간 충남 부여에서 옮겨온 조선 초기 숭례문 부재 37점과 화재 이후 수습한 부재 2천600여 점을 보관·관리해 왔다. 재현물은 이런 부재를 재활용해 화재 피해가 컸던 숭례문 2층 문루 일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손창일 부재조사팀장은 "불에 탄 부재이기에 하중을 견딜 수 있을지, 또 구조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등을 놓고 몇 차례 시나리오를 세우며 2년 가까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문루는 아니지만, 내부 모습과 각 부재가 어떻게 조립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재현물의 맞은편 벽에는 커다란 거울을 달아 반대편 모습도 연상할 수 있다.
손 팀장은 "반사되는 길이까지 고려하면 실제 숭례문 크기에 맞춘 셈"이라며 "숭례문 복원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하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화재 당시 현장에서 수습한 장식 기와인 취두, 잡상, 용두 등도 함께 전시된다. 잡상은 화재로부터 건물이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궁궐을 수호하는 '마스코트' 역할도 했는데, 검게 그을린 모습에선 화재 참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시관에서는 전통 건축에 남은 선조들의 흔적과 역사도 엿볼 수 있다.
국보인 '완주 화암사 극락전'을 해체·수리하면서 교체한 나무 기둥은 높이가 약 5.2m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민흘림기둥의 전형을 보여준다.
보물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의 대들보는 수리 공사 당시 심각한 수준으로 부식돼 있었으나, 보존·관리를 통해 화려한 무늬와 색채의 단청이 되살아났다. '무술년'(戊戌年)이라고 새겨진 국보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기와인 암막새, '희유'(喜酉·을유년을 지칭)라고 새겨진 해인사 대적광전 암막새 등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밖에도 처마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짜 맞춘 공포, 기둥을 좌우로 연결해주는 창방, 처마와 처마가 일정한 각도로 만나는 부분에 걸치는 추녀 등 다양한 종류의 부재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전통 건축에 쓰이는 나무, 돌, 철 등 주요 재료를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김창준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전시관이 문화유산 원형 보존과 진정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써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상설 전시관은 2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연합뉴스
국보·보물 등 건축 수리 현장서 나온 기둥·대들보 등 부재 한자리에 2008년 2월 10일 저녁. 국보 숭례문(崇禮門) 주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곧 불길이 치솟았다. 당시 방화범이 불을 지른 2층 문루(門樓·문 위에 세운 높은 다락)는 화염에 휩싸인 채 서서히 타들어 갔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나무 부재들은 시커먼 잿빛으로 물들었다.
1398년 축조된 한양도성의 정문인 숭례문에 남은 상처였다. 화재가 발생한 지 15년이 되는 올해 숭례문 2층 문루의 일부가 생생하게 재현됐다.
과거의 상처는 물론, 치유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모습으로다.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인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은 전통 건축물에 쓰인 부재와 재료를 한자리에 모은 상설 전시관을 개관한다고 1일 밝혔다. 주요 사찰을 포함한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서 나온 기둥, 대들보, 기와 등 각종 부재 가운데 보존 가치가 높은 100여 점을 모은 공간이다.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1층에 들어선 전시관의 핵심은 숭례문 일부를 재현한 공간이다.
재단의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는 그간 충남 부여에서 옮겨온 조선 초기 숭례문 부재 37점과 화재 이후 수습한 부재 2천600여 점을 보관·관리해 왔다. 재현물은 이런 부재를 재활용해 화재 피해가 컸던 숭례문 2층 문루 일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손창일 부재조사팀장은 "불에 탄 부재이기에 하중을 견딜 수 있을지, 또 구조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등을 놓고 몇 차례 시나리오를 세우며 2년 가까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문루는 아니지만, 내부 모습과 각 부재가 어떻게 조립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재현물의 맞은편 벽에는 커다란 거울을 달아 반대편 모습도 연상할 수 있다.
손 팀장은 "반사되는 길이까지 고려하면 실제 숭례문 크기에 맞춘 셈"이라며 "숭례문 복원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하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화재 당시 현장에서 수습한 장식 기와인 취두, 잡상, 용두 등도 함께 전시된다. 잡상은 화재로부터 건물이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궁궐을 수호하는 '마스코트' 역할도 했는데, 검게 그을린 모습에선 화재 참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시관에서는 전통 건축에 남은 선조들의 흔적과 역사도 엿볼 수 있다.
국보인 '완주 화암사 극락전'을 해체·수리하면서 교체한 나무 기둥은 높이가 약 5.2m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민흘림기둥의 전형을 보여준다.
보물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의 대들보는 수리 공사 당시 심각한 수준으로 부식돼 있었으나, 보존·관리를 통해 화려한 무늬와 색채의 단청이 되살아났다. '무술년'(戊戌年)이라고 새겨진 국보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기와인 암막새, '희유'(喜酉·을유년을 지칭)라고 새겨진 해인사 대적광전 암막새 등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밖에도 처마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짜 맞춘 공포, 기둥을 좌우로 연결해주는 창방, 처마와 처마가 일정한 각도로 만나는 부분에 걸치는 추녀 등 다양한 종류의 부재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전통 건축에 쓰이는 나무, 돌, 철 등 주요 재료를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김창준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전시관이 문화유산 원형 보존과 진정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써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상설 전시관은 2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