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시공 왜 반복되나…"건설 현장서 원칙 무너진 탓"(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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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감리·시공 단계 전반 총체적 부실…"각 단계마다 제 역할 못해"
전문가들,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 강화 주문…"건축도시안전청 설립 검토해야"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이어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까지 '후진국형 사고'가 2020년대 들어서도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에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 무너진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공사 단계마다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붕괴 사고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며 설계·시공·감리 전 단계를 관리·감독할 건축도시안전청 설립 등을 제안했다.
◇ "설계·시공·감리 단계마다 제 역할 못해…건설 시스템 문제"
이번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를 두고 설계, 시공, 감리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삼풍백화점 때와 최근 일어난 붕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원칙대로 설계, 시공, 감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날 발표한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 15개 단지를 보면 실제로 설계, 감리, 시공 등 전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최 교수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로 수많은 건축법과 주택법 등이 만들어졌지만, 건물은 사람이 개입하는 정도가 높기 때문에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며 "결국 단계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건설 시스템의 종합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건설사의 능력 부족으로 부실에 대한 크로스체크(교차검증)가 되지 못하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별로 능력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일차적으로 설계를 무조건 믿고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크로스체크할 수 있는 기술자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고 일이 바쁘다 보면 크로스체크할 시간이 없다"며 "영세한 업체일수록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면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십 년에 걸쳐 설계 기술과 투입되는 장비 등은 발전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안전이나 품질 관리가 현장마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원가 절감 압박도…"양질 하도급 업체 선택 어려워"
수년 새 급등한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도 부실시공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철근 가격은 2020년 상반기 t당 541달러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t당 1천31달러까지 2배가량으로 뛰었다.
시멘트 값도 상승했다.
2021년 6월 t당 7만5천원이던 시멘트 값은 현재 12만원 선까지 올랐다.
쌍용C&E는 t당 11만9천600원, 성신양회는 12만원으로 올렸고,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다음 달 1일부터 현재 10만5천원에서 11만8천400원으로 올리겠다고 레미콘 업계에 통보한 상태다.
건설사들이 원자재 사용량 자체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원가 절감을 위해 공사 기간을 촉박하게 잡는 등 부실 공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양질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LH 발주는 입찰 원가에 따라 고르기 때문에 최저가가 아니면 선정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업계에서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적으로도 하도급 업체를 고를 때 양질의 업체를 선택해야 하지만 원가 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하다 보니 제대로 된 업체를 고르지 못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 건축도시안전청 설립 주문…"전 단계 관리·감독해야"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도 부실 공사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주택을 짓는 문제는 집값이나 관련 정책, 지역의 이권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주택은 집값 상승, 하락기에 따라 공급량이 조절되는데 특정 지역에서 급하게 많이 지어야 할 때는 해당 지역에 투입되는 콘크리트 품질이 낮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 교수는 현재 대두된 문제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 주차장과 철근 누락이지만, 주거동 문제와 콘크리트 강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근을 빠뜨리는 것도 문제지만 붕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콘크리트 강도가 받쳐주지 않아 무너지는 것"이라며 "지금은 지하 주차장만 조사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는 주거동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조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유사한 붕괴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문제가 발생하면 수습하기 급급한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 교수는 "시공 중이나 유지관리 단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관리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건축물 안전 강화 특별위원회, 건축도시안전청 설립을 검토해 전 단계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숙련된 인력 확보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홍 교수는 "건설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가 충분히 확보되고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술자를 양성하고 제대로 대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 강화 주문…"건축도시안전청 설립 검토해야"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이어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까지 '후진국형 사고'가 2020년대 들어서도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에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 무너진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공사 단계마다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붕괴 사고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며 설계·시공·감리 전 단계를 관리·감독할 건축도시안전청 설립 등을 제안했다.
◇ "설계·시공·감리 단계마다 제 역할 못해…건설 시스템 문제"
이번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를 두고 설계, 시공, 감리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삼풍백화점 때와 최근 일어난 붕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원칙대로 설계, 시공, 감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날 발표한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 15개 단지를 보면 실제로 설계, 감리, 시공 등 전 과정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최 교수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로 수많은 건축법과 주택법 등이 만들어졌지만, 건물은 사람이 개입하는 정도가 높기 때문에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며 "결국 단계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건설 시스템의 종합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건설사의 능력 부족으로 부실에 대한 크로스체크(교차검증)가 되지 못하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별로 능력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일차적으로 설계를 무조건 믿고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크로스체크할 수 있는 기술자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고 일이 바쁘다 보면 크로스체크할 시간이 없다"며 "영세한 업체일수록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면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십 년에 걸쳐 설계 기술과 투입되는 장비 등은 발전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안전이나 품질 관리가 현장마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원가 절감 압박도…"양질 하도급 업체 선택 어려워"
수년 새 급등한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도 부실시공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철근 가격은 2020년 상반기 t당 541달러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t당 1천31달러까지 2배가량으로 뛰었다.
시멘트 값도 상승했다.
2021년 6월 t당 7만5천원이던 시멘트 값은 현재 12만원 선까지 올랐다.
쌍용C&E는 t당 11만9천600원, 성신양회는 12만원으로 올렸고,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다음 달 1일부터 현재 10만5천원에서 11만8천400원으로 올리겠다고 레미콘 업계에 통보한 상태다.
건설사들이 원자재 사용량 자체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원가 절감을 위해 공사 기간을 촉박하게 잡는 등 부실 공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양질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LH 발주는 입찰 원가에 따라 고르기 때문에 최저가가 아니면 선정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업계에서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적으로도 하도급 업체를 고를 때 양질의 업체를 선택해야 하지만 원가 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하다 보니 제대로 된 업체를 고르지 못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 건축도시안전청 설립 주문…"전 단계 관리·감독해야"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도 부실 공사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주택을 짓는 문제는 집값이나 관련 정책, 지역의 이권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주택은 집값 상승, 하락기에 따라 공급량이 조절되는데 특정 지역에서 급하게 많이 지어야 할 때는 해당 지역에 투입되는 콘크리트 품질이 낮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 교수는 현재 대두된 문제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 주차장과 철근 누락이지만, 주거동 문제와 콘크리트 강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근을 빠뜨리는 것도 문제지만 붕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콘크리트 강도가 받쳐주지 않아 무너지는 것"이라며 "지금은 지하 주차장만 조사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는 주거동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조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유사한 붕괴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문제가 발생하면 수습하기 급급한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 교수는 "시공 중이나 유지관리 단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관리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건축물 안전 강화 특별위원회, 건축도시안전청 설립을 검토해 전 단계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숙련된 인력 확보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홍 교수는 "건설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가 충분히 확보되고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술자를 양성하고 제대로 대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