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교육 공무직도 악성민원 시달려…"저능아" 폭언도

교권침해 유형, 학부모가 68%로 가장 많아
최근 교권 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는 가운데 유치원 교사와 돌봄전담사 등 초·중·고교 정규 교사 이외 교원과 공무직 등도 악성 민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유치원교사노조)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치원 현장은 교육활동 침해를 넘어 인권 침해로 물들고 있다.

유아교육법 개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치원교사노조가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간 설문을 통해 유치원 현장의 교육활동 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157건(중복 제외)이 접수됐다. 접수된 사례 중 교권침해 유형은 '악성민원 등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68%로 가장 많았으며 '유아에 의한 교권 침해'(19%),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7%), '관리자의 교권침해 사안 축소·은폐 및 2차 피해'(7%) 등으로 나타났다.

사례에서는 학부모가 유치원 교사에게 "시험은 합격했나""아이를 안 낳아봐서 우리 애를 왕따시킨다""저능아가 아니냐, 선생 자격이 없다"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에게 자신의 아이가 특정 친구와 놀지 못하게 해달라고 하고, 매일 특정 시간에 전화로 수업 내용을 보고해달라고 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한 학부모는 교사가 학교 폭력을 방임한다면서 허위 사실을 쓴 글을 지역 맘카페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심리치료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한 학부모는 교사에게 신체·언어·성적 폭행을 당했다면서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언론에 이를 알리는 등 지속 항의하기도 했다.

이 교사는 11개월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지혜 유치원 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현행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유치원도 초·중·고와 마찬가지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열리지 않는다.

유치원에서는 교보위를 여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안이기 때문이다.

학교장의 적극적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치원 교사도 교육을 하는 교사이나 유아교육법에는 유아에 대한 지도 권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매뉴얼이 아닌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이달 발표할 교권보호 대책에 유아교육법 및 같은 법 시행령과 교원지위법 개정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지난달 22∼24일 전교조가 유·초·중·고교 교사 1만4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유치원 교원이 88.5%로 평균(81.6%)보다 6.9%포인트(p)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학교 방과 후 강사 및 교육 공무직(유치원방과후전담사, 조리실무사, 전문상담사 등)도 교육 활동 침해에 속앓이를 겪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정식 교원보다 학부모 악성 민원이나 고소에 더욱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한 스포츠 강사는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교육공무직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근로 계약 해지 통지를 받았다.

학생의 진술만으로 바로 해고되는 것은 비정규 강사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학교 교무실, 행정실에서 민원 전화를 받는 교육 공무직은 이미 수없이 반말과 욕설을 들으며 냉대와 무시를 받고 있다"며 "지금도 학부모 민원 전화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데, 교육 공무직이 민원 전화에 시달리다 잘못되면 어떤 대책을 내놓을 건가?"라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에서 악성 민원에 대한 대책으로 별도의 담당자를 정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교육 공무직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교육공부직본부는 "현 사태 대책은 교사에게만 국한될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직원·학부모·학생·정치권·정부 등이 함께 머리를 모아 사회적 합의를 만들 시점"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