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에 살인예고 속출…일상 덮친 공포에 고조된 불안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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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지서 오인 신고도 잇따라…SNS 부정확 정보와 합쳐져 불안감 키워
전문가 "'불안의 역치' 크게 낮아져…살인 예고 등에 엄정 대처해야" 잇따른 '묻지마 흉기 난동'도 모자라 온라인상 '살인 예고'가 속출하고 부정확한 정보까지 무차별 확산하면서 시민의 불안감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번화가와 백화점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흉악 범죄가 벌어지고 전국 각지의 살인 예고에 따른 여진까지 겹쳐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의 역치(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자극)'가 크게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까지 온라인에서 파악된 살인 예고 게시물은 187건이다.
이중 59명이 검거됐는데 57.6%가 10대 청소년이다. 청소년이 실행 의사 없이 장난으로 올린 사례가 많다고 해도 시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잇단 흉기난동에 이어 무분별한 살인 예고 게시물이 이어져 불안심리를 계속해서 강도 높게 자극하는 셈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식의 오인 신고 역시 잇따르고 있다. 전날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는 '가스 냄새가 난다'·'난동범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앞뒤 사정을 모른 채 대피하는 승객들과 아수라장이 된 열차 안을 찍은 영상·사진이 퍼져나갔다.
사진과 영상에는 '생화학 테러다'·'칼부림이 났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덧붙으면서 공포가 배가됐다. 결국 오인 신고로 결론이 났으나 대피하는 과정에서 뒤엉킨 승객들이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5일에는 경남 사천시와 진주시에서도 흉기를 든 채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가 모두 오인 신고로 판명 났다.
4일에는 구로구 개봉역을 지나던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도 난동범 신고가 들어와 승객들이 대피했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흉기난동 오인 신고로 인해 중학생이 경찰 진압과정에서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가뜩이나 불안하다 보니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작은 소란도 쉽게 넘길 수가 없다고 얘기한다.
지하철 2호선·수인분당선 선릉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37) 씨는 "이제 정말 남의 일이 아닌 것만 같다"며 "애초에 믿을 수 없는 범죄가 자꾸 일어나는데 어떤 게 가짜인지 어떻게 판단하느냐. 우선 신고하고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민들의 공포가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과 이태원 참사 등으로 이미 사회 내 기저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연달아 강력 범죄가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의 역치가 매우 낮아졌다"며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불안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상 공간에서 범죄가 벌어진 탓에 피해자와 (나를 동일시하는) '심리적 동일시 효과'가 생겼고 주변 사람에 대한 불신과 전반적인 불안이 커지면서 112, 119 신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잘못되고 과중한 양의 정보가 퍼지는 '인포데믹'(왜곡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역시 "시민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며 "흉기 난동에 이어 SNS에 끊임없이 살인 예고·공포 조성 글이 올라오면서 조그만 상황, 소음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허위 살인 예고나 부정확한 정보를 올려 인포데믹을 부추기는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예고글을 쓴 일부는 그걸 계획하고 모의해 시행에 이르는 그런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며 "장난이라고 해명할지라도 그런 장난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의 장갑차 배치 등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고 도리어 잠재적 용의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임 교수는 "일부 과시성 정책은 오히려 가해자를 자극할 수 있다"며 "자신이 쓴 범죄 예고글에 달린 일개 댓글에도 우쭐한 마음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장갑차, 특공대 배치 등이 '범죄를 저지르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싸워보자'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살인이나 테러 등을 예고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은 시민의 댓글이나 언론, 경찰의 대대적 반응으로 희열 등 심리적 보상을 얻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전문가 "'불안의 역치' 크게 낮아져…살인 예고 등에 엄정 대처해야" 잇따른 '묻지마 흉기 난동'도 모자라 온라인상 '살인 예고'가 속출하고 부정확한 정보까지 무차별 확산하면서 시민의 불안감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번화가와 백화점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흉악 범죄가 벌어지고 전국 각지의 살인 예고에 따른 여진까지 겹쳐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의 역치(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자극)'가 크게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까지 온라인에서 파악된 살인 예고 게시물은 187건이다.
이중 59명이 검거됐는데 57.6%가 10대 청소년이다. 청소년이 실행 의사 없이 장난으로 올린 사례가 많다고 해도 시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잇단 흉기난동에 이어 무분별한 살인 예고 게시물이 이어져 불안심리를 계속해서 강도 높게 자극하는 셈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식의 오인 신고 역시 잇따르고 있다. 전날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는 '가스 냄새가 난다'·'난동범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앞뒤 사정을 모른 채 대피하는 승객들과 아수라장이 된 열차 안을 찍은 영상·사진이 퍼져나갔다.
사진과 영상에는 '생화학 테러다'·'칼부림이 났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덧붙으면서 공포가 배가됐다. 결국 오인 신고로 결론이 났으나 대피하는 과정에서 뒤엉킨 승객들이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5일에는 경남 사천시와 진주시에서도 흉기를 든 채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가 모두 오인 신고로 판명 났다.
4일에는 구로구 개봉역을 지나던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도 난동범 신고가 들어와 승객들이 대피했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흉기난동 오인 신고로 인해 중학생이 경찰 진압과정에서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가뜩이나 불안하다 보니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작은 소란도 쉽게 넘길 수가 없다고 얘기한다.
지하철 2호선·수인분당선 선릉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37) 씨는 "이제 정말 남의 일이 아닌 것만 같다"며 "애초에 믿을 수 없는 범죄가 자꾸 일어나는데 어떤 게 가짜인지 어떻게 판단하느냐. 우선 신고하고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민들의 공포가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과 이태원 참사 등으로 이미 사회 내 기저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연달아 강력 범죄가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의 역치가 매우 낮아졌다"며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불안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상 공간에서 범죄가 벌어진 탓에 피해자와 (나를 동일시하는) '심리적 동일시 효과'가 생겼고 주변 사람에 대한 불신과 전반적인 불안이 커지면서 112, 119 신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잘못되고 과중한 양의 정보가 퍼지는 '인포데믹'(왜곡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역시 "시민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며 "흉기 난동에 이어 SNS에 끊임없이 살인 예고·공포 조성 글이 올라오면서 조그만 상황, 소음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허위 살인 예고나 부정확한 정보를 올려 인포데믹을 부추기는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예고글을 쓴 일부는 그걸 계획하고 모의해 시행에 이르는 그런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며 "장난이라고 해명할지라도 그런 장난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의 장갑차 배치 등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고 도리어 잠재적 용의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임 교수는 "일부 과시성 정책은 오히려 가해자를 자극할 수 있다"며 "자신이 쓴 범죄 예고글에 달린 일개 댓글에도 우쭐한 마음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장갑차, 특공대 배치 등이 '범죄를 저지르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싸워보자'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살인이나 테러 등을 예고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은 시민의 댓글이나 언론, 경찰의 대대적 반응으로 희열 등 심리적 보상을 얻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