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불안'에 개미 장기국채 투자 시들…일평균 순매수 30%↓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국채 발행 확대 부담으로 채권 금리가 요동치자 국내 시장에서 개인의 장기 국채 매수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국채 순매수액은 565억5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일평균 순매수액인 477억4천만원과 비교해 18.45%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만기가 20년 초과, 30년 이하인 장기 국채에 대한 개인 순매수액은 이달 일평균 157억원으로 전달(219억4천만원) 대비 28.45% 줄었다.

20년 초과∼30년 이하 만기 국채에 대한 개인 순매수액은 지난 2월부터 꾸준히 일평균 200억원 이상을 유지하며 지난 5월 414억1천만원으로 늘어났다가 이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만기가 6개월 이상, 1년 미만인 단기 국채의 일평균 개인 순매수액은 지난달 39억원에서 이달 150억원으로 3.8배가량 늘어나는 등 당장 높은 수익률을 좇을 수 있는 단기채로 분산투자가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힘을 잃은 가운데 미국의 장기채 금리도 급등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과거 채권시장에서 소외돼 있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자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주요 투자자로 부상했다. 올해 들어 연준의 긴축이 곧 종료된다는 '금리 정점론'이 퍼지면서 특히 장기채 위주로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렸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데, 장기채에 투자하는 경우 중장기적으로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장기물 발행 규모 확대 등 연이은 악재로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연 4%대로 올라서더니 이달 들어 장중 4.3%대에서 거래되기도 하는 등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추가 긴축 여부를 명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는 10일 발표되는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시하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된 데다 최근 미국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국내 금리도 오르면서 장기채 투자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달보다 올라 높은 수준을 기록해도 금리는 미리 오른 측면이 있어 가파르게 뛰지는 않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금리의 하방 경직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