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복제 반도체 공장 中 설립 시도 전 상무 "조작된 사건"

공범들 자백 배경에 삼성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기도…檢 "명예훼손 발언"

설계 도면을 빼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한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삼성전자 임원이 9일 "이 사건은 조작된 것"이라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수원지법 형사14단독 이지연 판사 심리로 진행된 삼성전자 전 상무 A씨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 등 두 번째 공판에서 A씨의 변호인은 "삼성전자는 하이닉스로 이직한 뒤 하이닉스의 회생과 부활에 크게 기여한 피고인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타깃으로 삼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A씨 측은 "삼성전자는 퇴직자들이 더 이상 중국에서 일하지 못하게 이 사건을 조작해 부풀렸다"며 "피고인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려 한 건 전혀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와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부정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반도체 공장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에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도면이다.

이들 기술은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정 기술로써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 A씨는 2015년 7월 싱가포르에 반도체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중국 청두시와 대만 전자제품 생산업체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뒤 국내 반도체 업계 인력 200여명을 영입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 등을 입수해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등이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를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 변호인과 검찰은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의 소유권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은 "이 사건 피해 회사는 검찰이 공소장에 특정한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 중국반도체유한공사여서 혐의 자체가 무죄"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본건은 기술 유출 사안이지 설계도면 절도 사건이 아니어서 소유권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 첫 공판에서 "삼성전자 자료를 빼내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적 없고 반도체 공장을 짓는 건축 관련 기술은 국가핵심기술 등에 해당하는 반도체 공정 기술과 관련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직원 등 2명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나머지 직원 등 4명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A씨의 변호인은 "삼성전자가 범죄 사실을 인정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변호사비를 대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검찰은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변호인 발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