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곡식 다 포기해야 할 판"…토사 뒤덮인 군위 마을 곳곳 '한숨'

효령면 병수리 주민 "비싸게 주고 생강 심었는데 하나도 못 건져"
펄밭 변한 마을엔 소들이 어슬렁…뙤약볕 내리쬐며 먼지만 '풀풀'
"우리는 이게 전부인데…."
11일 오전 10시께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
제6호 태풍 '카눈'이 휩쓸고 간 마을은 쑥대밭이 된 모습이었다. 멀리서 보면 푸르게 보이는 농작물은 가까이서 보면 온통 흙먼지가 엉겨 붙어있었다.

물이 빠진 마을은 토사로 뒤덮여 한 걸음을 옮기기 힘든 상황이었다.

축사도 파손돼 펄밭으로 변한 마을에 소들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복구 작업도 물이 끊겨 속도를 내지 못했다.
축사 내부에 쌓인 진흙을 씻어낼 수 없어 주민들이 삽과 손으로 일일이 토사를 퍼냈다.

주민 박종식(61)씨는 "피해 상황이 너무 심각해 우리 축사를 치우고 이웃 축사도 도우러 왔다"라며 "장비들도 물에 잠겨서 다 못 쓰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축사를 운영하는 백성현(56)씨는 "젖소는 착유 기계를 사용해 젖을 짜야 하는데, 기계 수리에 보름이 걸린다"며 "아침 일찍 젖소를 다른 농장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농작물 피해도 심각했다.

마을에서 기르는 깨와 생강밭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 훼손된 농작물을 살펴보던 농민들은 "밭을 새로 갈아엎어야 할 판"이라며 탄식했다.

깨 농사를 짓는 이만우(70)씨는 "곧 있으면 깨도 수확해야 하는데, 곡식을 다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우리는 이게 전부인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강 농사를 짓는 박영달(73)씨는 "올해 생강 씨 값이 많이 올라서 비싸게 주고 심었는데 하나도 못 건져 속상하다"며 "전날도 밭을 둘러보다가 둑이 터져 황급히 대피했다"고 말하며 밭을 살폈다.

마을 일부가 침수된 불로리는 태풍이 지나간 후 뙤약볕이 내리쬐며 먼지가 풀풀 날렸다.

부계면 대율리는 하천 주변 토사가 유실돼 산책로 등 도로 곳곳이 파손돼 있었다.

파손된 도로는 별다른 통제나 안전조치 없이 방치돼 위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펄밭으로 변한 들녘에서 수색을 진행했다.
군위군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주택 2곳 반파, 침수 16곳, 하천 제방 유실, 단수 가구 2천6백여 가구 등 피해가 발생했다.

군위군 관계자는 "현장에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집계가 마무리되면 피해 상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복구 작업을 우선하여 실시하고 있다"며 "군청 직원 3백여 명이 복구 현장에 투입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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