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염원하던 첫 여성 비행사…전시·연극으로 만나는 권기옥

국립항공박물관, 훈련용 비행기 '코드롱 G.3' 복원해 공개
'오직 한 사람뿐이던 조선 여자 비행가로 한번 진중에 나타날 때는 군인의 정신을 빼리만큼 미인의 용모를 가진 권기옥….'
1926년 5월 21일 자 동아일보는 조선의 '붕익'(鵬翼)을 소개한다. 붕새의 날개로 지칭된 이들은 당시 중국 창공을 가르며 활약하던 조선의 비행사들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였던 권기옥(1901∼1988)은 1925년 윈난(雲南) 육군항공학교를 졸업하고 비행사 자격을 얻은 뒤 항일 전선에서 싸웠다.
광복 이후에는 우리나라 공군 창설과 발전에 이바지하며 '공군의 어머니'로 불렸다. 숱한 어려움을 무릅쓰고 하늘 위에서 청춘과 열정을 바치며 독립운동에 나선 권기옥을 조명한 전시와 연극이 열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안녕, 꼬드롱(외래어 표기 용례 기준으로는 '코드롱')!' 전시는 권기옥과 그가 훈련용으로 탄 코드롱 G.3의 복원 이야기를 다룬다.

코드롱 G.3기는 프랑스의 코드롱 형제가 1913년 개발한 항공기다.
하나의 엔진과 두 개의 날개를 가진 단발 복엽기로, 최대 속도는 시속 112㎞에 달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정찰기와 훈련기로 주로 쓰였다.

전시는 비행사의 꿈을 키우며 코드롱을 탔던 권기옥의 모습을 비춘다.

비행학교를 졸업한 뒤 받은 증서, 첫 단독 비행을 마친 뒤의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사진 뒷면에는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에게 보낸 편지글도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코드롱을 복원한 기체 실물이다.
프랑스 코드롱 형제 박물관에서 소장한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비행기는 날개 길이가 13.3m에 이른다.

관람객들은 설계 당시 자료와 각종 부품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광복절을 맞아 특별히 열리는 공연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실에서는 권기옥의 비행학교 입학 과정부터 첫 비행 순간까지의 일대기를 담은 연극 '안녕, 꼬드롱! - 꼬드롱의 오랜 친구 이야기'를 16일까지 하루 두 차례 선보인다.
박물관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협업해 선보이는 교육 목적의 연극이다.

아동·청소년극을 가르치는 황하영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코드롱 G.3을 복원하는 과정의 의미를 어린이·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극으로 풀어냈다.

국립항공박물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항공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비행사와 코드롱 G.3이라는 훌륭한 항공 역사 유산을 쉽고 친숙하게 접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0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