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숙청기 '고문 경찰'이 조국을 배신하고 찾아간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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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구원 향한 분투 그려 "지금 우린 모두 같이 있어. 어디긴? 지옥이지. 너도 곧 여기로 오게 될 거야."
소련의 비밀경찰 베레티니코프가 이렇게 말하더니 동료 표도르 볼코노고프 대위(유리 보리소프 분)의 배를 맨손으로 푹 찌른다. 그는 표도르의 창자를 끄집어내 짓누르며 지옥에선 이런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곤 지옥에 오지 않을 방법이 하나 있다고 귀띔해준다.
그동안 표도르가 고문하고 처형당하게 한 사람의 가족에게 용서받고 진심으로 회개하면 된다는 것이다. 표도르는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이 일을 겪은 이후 인민 내무위원회(NKVD) 건물로 가 서류 한 부를 들고 도망친다.
서류에는 간첩이나 국가 전복 세력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에 대한 정보로 빼곡하다.
표도르는 자신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가족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나타샤 메르쿨로바와 알렉세이 추포프가 연출한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천국에 가고 싶은 '고문 경찰' 표도르가 피해 유가족에게서 용서를 구하는 여정을 좇아간다.
러시아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스탈린의 공포 정치가 극에 달하던 1930년대 후반 소련을 배경으로 했다.
당시 소련은 치안 기관인 NKVD에 초법적 권력을 쥐여주며 대숙청을 감행했다. 반체제 인사를 제거한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의 상당수가 정치·사회 운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NKVD는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만을 토대로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이런 시대 상황을 건조하지만 날카롭게 묘사한다.
폭력적인 장면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숨이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을 차례로 사형대에 불러들이는 모습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공포감을 준다.
죽음을 앞두고 벌벌 떠는 '죄수'들 앞에서 집행자는 "하루에 40명까지도 죽여봤다"며 살인 실력을 자랑한다.
정확히 어디에 총을 겨냥해야 총알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지 젊은 비밀경찰들에게 교육도 해준다.
베레티니코프의 마음속에선 죄의식이 피어난다.
자기 때문에 사형당하게 된 이들의 얼굴이 어룽대 눈을 질끈 감는다.
반면 표도르는 직접 처형에 가담하면서도 미동이 없다.
고문을 할 때도 별다른 감정이 없고 업무적이다.
그를 처음으로 두려움에 떨게 한 건 지옥이라는 허상의 장소다.
표도르는 단 한 명에게라도 용서받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그의 사과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아닌 구원을 향한 욕심에서 비롯된 사과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스탈린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짙게 깔려있지만, 여기에만 목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조직화한 폭력이 어떻게 개개인을 지워버리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신의 관점에선 죄라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악행을 거듭하는 표도르가 그 표상이다. 메르쿨로바 감독은 앞서 외신 인터뷰에서 "(당시) 일련의 사건과 생각, 두려움, 기억은 우리와 함께 지금 여기에도 존재한다"며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소련의 비밀경찰 베레티니코프가 이렇게 말하더니 동료 표도르 볼코노고프 대위(유리 보리소프 분)의 배를 맨손으로 푹 찌른다. 그는 표도르의 창자를 끄집어내 짓누르며 지옥에선 이런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곤 지옥에 오지 않을 방법이 하나 있다고 귀띔해준다.
그동안 표도르가 고문하고 처형당하게 한 사람의 가족에게 용서받고 진심으로 회개하면 된다는 것이다. 표도르는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이 일을 겪은 이후 인민 내무위원회(NKVD) 건물로 가 서류 한 부를 들고 도망친다.
서류에는 간첩이나 국가 전복 세력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에 대한 정보로 빼곡하다.
표도르는 자신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가족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나타샤 메르쿨로바와 알렉세이 추포프가 연출한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천국에 가고 싶은 '고문 경찰' 표도르가 피해 유가족에게서 용서를 구하는 여정을 좇아간다.
러시아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스탈린의 공포 정치가 극에 달하던 1930년대 후반 소련을 배경으로 했다.
당시 소련은 치안 기관인 NKVD에 초법적 권력을 쥐여주며 대숙청을 감행했다. 반체제 인사를 제거한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의 상당수가 정치·사회 운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NKVD는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만을 토대로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이런 시대 상황을 건조하지만 날카롭게 묘사한다.
폭력적인 장면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숨이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을 차례로 사형대에 불러들이는 모습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공포감을 준다.
죽음을 앞두고 벌벌 떠는 '죄수'들 앞에서 집행자는 "하루에 40명까지도 죽여봤다"며 살인 실력을 자랑한다.
정확히 어디에 총을 겨냥해야 총알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지 젊은 비밀경찰들에게 교육도 해준다.
베레티니코프의 마음속에선 죄의식이 피어난다.
자기 때문에 사형당하게 된 이들의 얼굴이 어룽대 눈을 질끈 감는다.
반면 표도르는 직접 처형에 가담하면서도 미동이 없다.
고문을 할 때도 별다른 감정이 없고 업무적이다.
그를 처음으로 두려움에 떨게 한 건 지옥이라는 허상의 장소다.
표도르는 단 한 명에게라도 용서받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그의 사과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아닌 구원을 향한 욕심에서 비롯된 사과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스탈린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짙게 깔려있지만, 여기에만 목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조직화한 폭력이 어떻게 개개인을 지워버리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신의 관점에선 죄라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악행을 거듭하는 표도르가 그 표상이다. 메르쿨로바 감독은 앞서 외신 인터뷰에서 "(당시) 일련의 사건과 생각, 두려움, 기억은 우리와 함께 지금 여기에도 존재한다"며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