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작가들이 보여주는 오늘의 한국미술…주목할만한 단체전

송은 '파노라마'·아트선재센터 '오프사이트'·금호미술관 '다중시선'展

9월 초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서울의 비영리 전시공간에서 오늘의 한국 미술 현장과 차세대 작가를 알리기 위한 단체 기획전들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주제로 작업하며 미래 한국 미술을 이끌어갈 작가들에 주목하는 전시들이다.

◇ 현재 한국 미술의 여러 모습들…송은 '파노라마'전
서울 청담동의 송은에서는 16명 작가가 참여하는 '파노라마'전이 진행 중이다. 참여작가들을 다양한 도형으로 표현한 홍승혜의 영상 작업으로 시작하는 전시는 회화와 조각, 영상,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주제와 매체를 탐구하는 서로 다른 세대 작가들의 작업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준다.

이진주의 작업 '저지대'는 가로로 긴 두루마리 형식이다.

관객이 그림 속 이야기 흐름을 따라 움직이면서 혼합된 원근법과 시간의 다층성을 느끼게 되는 작업이다. 박그림은 수행자가 소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의 불교 설화에서 나온 '심우도'(尋牛圖) 속 소를 호랑이로 바꾸고 성소수자인 자신의 정체성과 결합한 '심호도'(尋虎圖) 연작을 선보인다.

심래정은 포유류가 가진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목욕법을 개발한 팔리 박사가 인간을 실험체로 삼아 자신의 가설을 적용한다는 스토리로 조각, 영상, 월드로잉을 아우르는 작업을 출품했다.

천정이 지상 1층까지 뚫려있는 전시 공간인 지하 2층에서는 강호연과 안나 안데렉, 김영은, 아티스트 듀오 그레이코드와 지인이 퍼포먼스, 사운드 설치 작업 등을 릴레이식으로 진행한다. 일회성으로 전시된 뒤 폐기되거나 작가의 창고로 들어가는 미술 작품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온 강호연은 작가의 창작에너지를 가시적으로 구현하려 시도한다.

전시에는 이희준, 권혜원, 김영은, 김인배, 김지영, 류성실, 이재이도 참여했다.

전시는 10월28일까지. 무료 관람.
◇ 미술관의 숨은 공간, 조각의 좌대가 되다…아트선재센터 '오프사이트'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오프사이트'전은 화이트 큐브가 아닌 평소 공개되지 않는 미술관 공간들을 일종의 조각 좌대로 삼았다.

아트선재센터가 개관(1998년)하기 이전인 1995년 원래 장소에 있던 한옥과 양옥의 구조를 이용해 열었던 '싹' 전시의 맥을 잇는 전시다.

관람객들이 지도처럼 제작된 전시 안내도를 들고 미술관 곳곳을 탐험하듯 작품을 찾아가 관람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1층과 3층의 기계실에는 배관과 덕트를 이용한 현남의 조각작품이 설치됐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연환계'를 제목으로 삼은 작품은 쇠사슬에 묶여 연결된 채 공간을 점유한다.
미술관 옆 한옥의 내부 정원에는 이요나가 수영장 시계와 버스 손잡이, 가정집 샤워 시설을 조합해 만든 작품이 설치됐다.

작가는 정원 내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낙수 연못에 다시 물이 고이게 하고 이 물을 다시 끌어올려 순환하게 한다.

건물의 계단 곳곳에는 오종의 조각이 설치됐다.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든 가느다란 LED 조각들은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삼청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옥상정원에는 최고은의 동파이프 조각이,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의 백스테이지와 분장실에는 현정윤의 조각들이 자리 잡았다.

아트홀에서는 그레이코드와 지인의 미디오 작업이 상영된다.

전시는 10월8일까지. 무료 관람.
◇ 작가 8명이 탐구한 동시대 정서와 감각…금호미술관 '다중시선'전
서울 사간동의 금호미술관에서는 작가 8명이 현대 문명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생각을 나름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업들을 모았다.

유용선의 그림에는 유명 브랜드의 로고와 패턴, 식료품, 생활용품, 의류 등이 등장한다.

'세서미 스트리트'나 '스머프' 같은 캐릭터들과 고가의 시계, 옷 등을 일종의 정물화처럼 함께 표현하는 방식으로, 물질적인 충만함 속에서도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하지만 해소되지 못하는 욕망을 표현한다.
정아람은 플랫폼 배달 노동을 소재로 작업했다.

플랫폼 배달 라이더가 배달 한 건을 수행하는 동안 시선의 움직임을 추적해 이를 시각화한 '관심 연습: 공동의 시선'은 오늘날 노동이 디지털, 플랫폼의 형태로 비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의 신체활동 그 자체를 인식하게 한다.

양승원은 직접 촬영하거나 조작한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실재와 모조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오버라이트' 연작 속 이미지는 돌산, 행성 표면, 갯벌처럼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구축한 가상의 공간에 흙, 시멘트 등 다양한 표면을 촬영한 사진을 덧붙여 조작한 것이다.

이밖에 박혜수, 송승은, 이지연, 함미나, 정고요나가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10월22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