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광주 정율성거리 전시관 가보니…"찾는 이 없어, 썰렁"

역사공원 사업 의견 갈려 "공원으론 괜찮아" vs "행적 잘 따져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하기 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기는 했지만, 지금은 신경 쓰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두고 벌어진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강기정 광주시장의 설전이 주목받는 가운데 23일 찾아가 본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 전시관.
아파트와 인도를 구분 짓는 외벽을 게시대 삼아 지어진 전시관에는 정율성의 일대기, 연혁을 소개하는 게시물과 초상화 등 사진 20여점이 걸려 있었다. 전시관 끝자락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찾는 이가 없었던 듯 방문자 이름 대신 검은 펜으로 적힌 낙서만 가득했다.

200m 길이의 정율성거리에는 시민들이 간혹 오가기는 했지만 그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전시관을 눈여겨보는 이는 찾기 힘들었다.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 중인 상인들은 조성된 지 14년이 지난 정율성거리와 전시관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정율성이라는 인물 자체를 모른다고 떨떠름해 했다. 전시관 인근에 정율성 생가까지 있지만 그가 어떤 행적을 남긴 인물인지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식료품 판매업자 A씨는 "3년 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형 버스를 타고 방문해 초상화 앞에서 추모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중국인들도 오지 않고, 애써 시간을 내서 오는 시민들도 없다.

관광객 발길이 끊긴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어 "상가 입점하고 나서야 도로명 주소가 정율성로라서 정율성이라는 사람을 알게 됐는데 오죽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상인도 "과거 행적이나 역사적 업적보다는 이런 시설로 인해 관광객들이 얼마나 오고 매출에 영향을 주는지 관심이 있을 뿐"이라며 "전반적인 상가 분위기가 그렇다"고 전했다.
박 장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전날 논란이 된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해서는 '있어도 괜찮다'와 '필요 없다'는 입장으로 나눴다. 이곳에서 1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특정 인물의 이름을 건 시설일 경우 사전에 행적 등을 검증할 필요가 있겠지만 친일파와 같이 용서하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공원과 같은 편의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과거 행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파문을 확산할 이유가 없다며 반대한 상인도 있었다.

상인 김모 씨는 "생가나 이미 조성한 전시관은 그렇다고 쳐도 중공군을 위한 응원가를 만들었다고 시끄러운데 공원에 굳이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태어난 곳이 광주라는 이유로 관련 시설물을 조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문제"라며 "우리가 그 인물을 기릴 만큼 우리 지역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과 강 시장은 광주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두고 SNS에 글을 올리며 설전을 벌였다. 박 장관은 "정율성은 공산군 응원 대장이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고, 강 시장은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