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사 2명 숨진' 초등학교 등굣길에 길게 늘어선 화환들

2년 전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숨진 일이 최근 알려진 경기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
여름 방학을 끝내고 2학기 개학을 맞은 24일 등굣길 모습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오랜만에 학교에 오는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지만 학교 주변에 길게 늘어선 화환은 방학 전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전날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은 탓에 학생들은 우산을 쓰고 부모의 손을 잡고 오거나, 차를 타고 온 뒤 교문 앞에서 내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학교 앞에선 학부모회와 녹색어머니회 소속 학부모 20여명이 나와 학생들의 등굣길 교통지도를 했다.

교통지도를 하는 학부모들이 평소보다 조금 많기는 했지만, 학기 내내 이어지는 낯익은 모습이다. 다만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옆의 도로에 화환이 길게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긴장감을 갖게 했다.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문구들이 적힌 300여개의 화환은 학교 담장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이달 초부터 학교 앞으로 배달되기 시작한 화환에는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등의 추모 문구가 적힌 리본이 달려 있었다. 또 교사의 죽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학교 측을 비판하고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탓하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개학에 맞춰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등교시간에 집단 행동은 없었다.

학교 측과 교육청도 이런 이야기를 의식한 듯 관계자들을 학교 앞에 내보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했다. 학교 측은 화환들이 바람에 날아가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노끈으로 묶어 놓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화환의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데다 화환에 달린 일부 선정적인 문구를 학생들이 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학교 앞에 나온 교육청 관계자는 "(화환을 철거하지는 못하고) 학생들이 리본에 적힌 문구를 볼 수 없게 리본만 돌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날 새벽 누군가가 리본 문구가 보이게 다시 돌려놓았기 때문에 교육청의 의도는 허사가 됐다.

교사 2명의 죽음을 둘러싸고 작은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등교 시간에 맞춘 학교 앞 집단행동은 없었지만, 이날 오후 5시께 의정부교육지원청 앞에서는 '초등교사 사망사고 진상 규명 촉구' 2인 시위가 계획돼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은 진상 조사를 통해 두 교사의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진상 파악을 위해 본격 가동된 합동 대응반은 유족과 교원단체가 제기했던 '학부모의 악성 민원' 여부와 학교 측의 축소 보고 여부, 극단적 선택 원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