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적이었다"…코코 리 사후 中 TV프로그램 집중포화 이유는

'싱 차이나'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괴롭혀" 리의 음성파일 유출
누리꾼 분노 속 보이콧 나서…닷새간 제작사 시총 4조원 날아가
지난달 세상을 떠난 중화권 유명 가수 코코 리가 생전에 출연했던 중국의 TV 프로그램이 뒤늦게 현지 누리꾼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리가 지난해 참여했던 중국의 TV 오디션 프로그램 '싱! 차이나'의 연출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유출되면서 벌어진 일로, 이와 관련해 프로그램 제작사의 주가가 50% 이상 폭락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달 인터넷에 유출된 9분짜리 음성파일에는 리가 작년 '싱! 차이나'를 녹화하면서 연출자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순간을 돌아보는 내용이 담겼다.

리는 해당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이자 멘토로 참여했다. 음성파일에서 리는 당시 자신이 우울증, 유방암과 싸우고 있었으며 곧 다리 수술을 앞둔 상태라 몸이 안 좋았는데 참가자 중 한명인 왕쩌펑과 듀엣 공연을 펼치던 중 예고도 없이 왕쩌펑의 동선이 바뀌면서 자신이 무대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리는 자신의 나쁜 건강 상태에 대해 대중에게 거의 비밀로 하던 때였고 애초 왕쩌펑의 무대 위 동선은 그러한 자신을 돕기 위해 짜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연 도중 갑자기 왕쩌펑의 동선이 바뀌면서 굽 18㎝짜리 구두를 신고 있었던 자신이 무대에서 넘어지게 됐고 이는 굴욕적이었다고 토로했다. 해당 음성파일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화제가 됐고 웨이보에서는 최고 인기 검색어가 됐다.

지난 14일에는 왕쩌펑이 음성파일 속 리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는 리허설 때 자신의 동선이 변경됐는데 나중에야 리에게는 그러한 사실이 통보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대 사고 후 리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스크린숏을 인터넷에 올렸다.

해당 문자 메시지에서 리는 "연출자가 나를 의도적으로 손본 것"이라며 "사람들이 매우 매우 악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8년 가수생활 동안 그렇게 악랄한 연출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리는 연출자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손본 것은 그 전에 프로그램 심사 체계의 불공정성에 대해 자신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리가 당시 제작진과 언쟁을 벌이는 영상이 웨이보에 올라왔다.

영상에서 스태프는 리를 무대에서 끌어내리려 했고 리는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싱! 차이나' 제작진이 리를 괴롭혔다고 분노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보이콧에 나섰다.

이에 홍콩증시에서 이 프로그램 제작사인 스타CM의 주가는 최근 닷새간 거의 54% 폭락하며 260억홍콩달러(약 4조3천800억원)가 증발했다.

그러자 '싱! 차이나'를 방송하는 채널의 모기업인 저장미디어그룹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3일에는 리가 소속됐던 음반사 워너뮤직차이나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코코 리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싸우고 그녀의 명성을 지키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사생활과 선택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코코, 우리는 언제나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1994년 홍콩에서 데뷔한 리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첫번째 중국인 가수이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래한 유일무이한 중화권 가수라는 기록을 남겼다.

영화 '와호장룡'의 주제가 '월광애인', '뮬란'의 주제가 '리플렉션'을 불렀고, 15장의 앨범을 내며 인기를 끌었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지난달 5일 48세로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