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염수 논란에 제때 출하 못 한 우럭들, 고수온에 떼죽음

가격하락에도 소비부진에 안 팔려…여수해역 105만마리 집단폐사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탓에 우럭이 팔리지 않고 양식장에 한가득 쌓여 있었는데, 고수온에 다 죽었어요. "
30일 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리 묘두 인근 해상 가두리 양식장.
이곳에서 30년간 양식업을 한 박원식(68)씨는 바다 위에 떠오른 수많은 우럭 사체를 건져 올리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평년보다 5도가량 높은 26∼28도의 고수온이 한 달가량 지속되면서 뜨거운 바닷물을 견디지 못한 우럭들이 보름 전부터 죽은 채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세마리 죽어 나오던 우럭은 며칠 전부터 양식장을 뒤덮을 정도가 됐고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악취가 심하다 보니 물 위로 떠 오른 죽은 우럭을 건져내고 있지만, 그 밑에 20~30t가량 쌓여있을 수많은 우럭 사체는 손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박씨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에 소비가 급감하면서 우럭을 출하하지 못해 양식장에 쌓이기 시작했고 고수온까지 덮치면서 떼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오염수 방류 논란이 없었으면 이미 대부분 팔려나갔을 물고기들"이라며 "살아남은 우럭이라도 팔아야 하지만 가격마저 폭락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평소 g당 300원인 우럭 가격은 오염수 논란에 소비가 급감하면서 18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수산물 소비 확산 움직임은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호전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양식장에는 아직 '먼나라 얘기'였고 집단 폐사를 막지 못했다.

이처럼 오염수 논란에 제때 출하하지 못하고 고수온에 떼죽음당한 경우가 전남 여수에서만 이날 현재 어가 57곳에서 105만4천마리라고 신고됐다. 전체 사육량 567만마리의 21%에 해당하는 비율로 피해 금액만 15억4천만원에 이른다.

폐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겨울 저수온 피해를 봤던 박씨는 오염수 방류와 여름 고수온 피해까지 이어지면서 이제는 양식업을 더 해야 할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겨울에는 추워서 물고기들이 죽고, 여름에는 더워서 죽는다. 오염수 방류도 앞으로 계속될 텐데 이 정도면 양식장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