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관계복원 순항…대사들 안착해 공식업무 시작

해빙무드 지속…사우디 "관계강화 중요성 잘 안다"
'최악 분쟁' 예멘·시리아 평화정착 가능성 맞물려 주목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서로 대사를 보내 관계정상화 합의의 이행에 속도를 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압둘라 알라나지 이란 주재 사우디 대사는 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 도착했다.

알라나지 대사는 "사우디 지도부가 관계를 강화하고 개입을 늘리며 관계의 지평을 넓히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레자 에나야티 사우디 주재 이란 대사도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해 마찬가지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의 맹주인 이란과 사우디는 중국의 중재 속에 외교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올해 3월 발표했다.

양국은 2016년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하고 이란 시위대가 이에 항의해 사우디 외교시설을 습격한 사태의 여파였다. 이란과 사우디는 관계정상화 발표 뒤 중국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후속조치를 위한 실무진 회의를 이어왔다.

사우디 주재 이란 대사관은 지난 6월, 이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은 지난 8월 다시 문을 열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은 합의 후 처음으로 지난달 사우디를 찾아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척된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 추진은 지구촌 최악의 분쟁지로 손꼽히는 예멘, 시리아의 내전과 맞물려 주목된다.

예멘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에 따른 정치적 불안 속에 후티가 예멘 정부를 2014년 수도 사나에서 몰아내며 시작됐다.

사우디는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무장세력 후티의 예멘 내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고 2015년부터 내전에 군사적 개입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예멘 내전의 사상자가 급증하고 주민의 삶이 극도로 나빠지자 사우디에 국제사회 비판이 쏟아졌다.

이란과의 관계정상화 합의 뒤 사우디는 후티 반군과 협상하며 예멘 내전이 악화하지 않도록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사우디 왕실이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등 내정에 집중하려고 예멘에서 발을 뺀다는 관측도 있다.

중동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극단주의 무장세력까지 뒤섞여 혼란이 지속되는 시리아 내전도 해소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 여파로 2011년 촉발됐으며 교전, 잔혹행위 속에 지금까지 60만명 이상이 숨졌다는 추산도 나온다.

자국민 학살과 독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란의 해빙무드를 틈타 국제무대에 복귀했다.

이란의 지지를 받는 알아사드 대통령은 올해 5월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사우디의 배려에 감사를 전했다. 아랍국가들은 반정부 시위 탄압, 자국민에 대한 잔혹행위 등을 이유로 시리아를 아랍연맹에서 퇴출했다가 점차 태도를 바꾸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