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일일 뿐…"사랑해서 하는 노동은 사기"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신간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19세기 위대한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그린 소설 속 인물들은 현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한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누구와 결혼할지 미적거리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자산이 있는 부자들은 당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부자도 열심히 일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주당 100시간 이상 일한다고 한다.

그는 열심히 일하고, 일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자신의 기업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건 타당하다. 그러나 이젠 노동자들도 머스크 못지않게 일한다.

일을 사랑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 저널리스트인 세라 자페는 신간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원제: Work won't love you back)에서 사랑해서 하는 일이라는 '사랑의 노동'(labor of love)은 "사기"라고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소셜미디어에선 "사랑하는 것을 일로 삼아라. 그러면 평생 일을 안 해도 된다"와 같은 말이 유행한다.

일이 성취감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상식처럼 사회에 뿌리내렸다.
저자는 이런 개념은 1970년대 초반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함께 퍼진 담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는 '일은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이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작금의 노동환경이다.

현대 노동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일하고, 기술 발전 덕에 근무가 끝나도 대기상태에 놓인다.

카톡이 24시간 울리는, SNS가 활성화된 요즘은 더하다.

저자는 돌봄 노동, 사명감을 짊어진 교사, 좋아하는 일을 하는 예술가, 운동선수, 희망으로 지쳐가는 인턴, 게임·IT 업계 개발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만나 '사랑의 노동'이란 관념의 허구성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랑의 노동'이란 미명하에 벌어지는 수많은 착취의 현장을 고발한다.

"일터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강요는 늘 일하는 사람에게 감정노동을 요구한다.

일에 무슨 감정이 있단 말인가.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랑을 한단 말인가.

일이 우리에게 자기실현 같은 것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 새로운 노동윤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
현암사. 이재득 옮김. 5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