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달러 돌파한 WTI에 인플레 우려…"리비아 홍수도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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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사우디 감산에 美비축유 감소…"美, 밤잠 설칠 필요 없어" 주장도 원유 수급 우려로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까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과 미국의 전략비축유 감소, 산유국인 리비아의 홍수 피해 등이 원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WTI 10개월 만에 90달러 넘겨…상승 요인 수두룩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64달러(1.85%) 오른 배럴당 90.16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 종가 대비 1.82달러(1.98%) 오른 배럴당 93.70달러로 마감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종가 기준 지난 5일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긴 상태다.
최근의 원유 가격 상승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등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산유국인 리비아 홍수,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미국의 전략 비축유도 공급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리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유럽 등에 공급해온 만큼, 홍수 여파가 장기화하면 유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베어트랩스 리포트 창립자인 래리 맥도널드는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브렌트유 가격과 미 원유 재고 추세가 반대로 움직이는 그래프를 소개하면서 "(미국이) 불장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활용해왔으며 지난해 1억8천만 배럴을 시장에 푼 바 있다.
미 행정부는 향후 다시 전략비축유를 채워 넣겠다는 계획이지만, 현 재고는 2010년 최고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겪지 않고 연착륙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진 것도 원유 수요 지속 증가 전망에 무게를 실으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한 상태다.
◇ '미국인 체감' 가솔린 가격 상승…물가 상승 요인
고유가가 이어지자 미국 내에서는 가솔린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4일 기준 미국의 일반휘발유 1갤런(3.78L) 평균 가격은 일주일 전 대비 0.06달러, 전년 동기 대비 0.16달러 오른 3.86달러를 기록했다.
평균 가격이 4달러 이상인 주도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10여곳에 이른다.
운전 수요가 많은 여름 휴가철이 지났는데도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 시장 전망(3.6%)을 넘어선 데도 휘발유 가격 오름세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8월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 10.6% 올라 8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가 절반을 웃돌았다.
또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 판매 지표에도 휘발유 가격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지만,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이번 달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96.0%에 이른다.
11월 금리가 현재보다 높을 가능성은 하루 사이 42.6%에서 37.1%로 내려간 상태다.
◇ JP모건 전략가 "경제·투자적 관점서 밤잠 설칠 필요 없어"
미국 입장에서 국제 유가 상승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투자은행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경제적·투자적 관점에서 올해 정말 밤잠을 설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고 포천지는 전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덕분에 원유 수요가 줄고 미국 국내 공급도 계속 증가하는 등 미국 내 수급 측면에서 유가 하락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수압파쇄법의 발달에 따른 셰일유 생산도 늘어난 상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완화될 것으로 본다.
또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연준이 최근의 공격적인 긴축 조치의 상당 부분을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로서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등 걱정거리가 많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능성이 가장 큰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면서도, 유가 강세장이 펼쳐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연말에 배럴당 107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면서도 유가가 고공 행진할 경우 미국의 셰일유 생산이나 청정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사우디·러시아가 무작정 유가를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 행정부가 유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 만큼,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통해 원유 공급 확대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 WTI 10개월 만에 90달러 넘겨…상승 요인 수두룩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64달러(1.85%) 오른 배럴당 90.16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 종가 대비 1.82달러(1.98%) 오른 배럴당 93.70달러로 마감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종가 기준 지난 5일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긴 상태다.
최근의 원유 가격 상승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등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산유국인 리비아 홍수,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미국의 전략 비축유도 공급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리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유럽 등에 공급해온 만큼, 홍수 여파가 장기화하면 유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베어트랩스 리포트 창립자인 래리 맥도널드는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브렌트유 가격과 미 원유 재고 추세가 반대로 움직이는 그래프를 소개하면서 "(미국이) 불장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활용해왔으며 지난해 1억8천만 배럴을 시장에 푼 바 있다.
미 행정부는 향후 다시 전략비축유를 채워 넣겠다는 계획이지만, 현 재고는 2010년 최고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겪지 않고 연착륙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진 것도 원유 수요 지속 증가 전망에 무게를 실으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한 상태다.
◇ '미국인 체감' 가솔린 가격 상승…물가 상승 요인
고유가가 이어지자 미국 내에서는 가솔린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4일 기준 미국의 일반휘발유 1갤런(3.78L) 평균 가격은 일주일 전 대비 0.06달러, 전년 동기 대비 0.16달러 오른 3.86달러를 기록했다.
평균 가격이 4달러 이상인 주도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10여곳에 이른다.
운전 수요가 많은 여름 휴가철이 지났는데도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 시장 전망(3.6%)을 넘어선 데도 휘발유 가격 오름세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8월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 10.6% 올라 8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가 절반을 웃돌았다.
또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 판매 지표에도 휘발유 가격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지만,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이번 달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96.0%에 이른다.
11월 금리가 현재보다 높을 가능성은 하루 사이 42.6%에서 37.1%로 내려간 상태다.
◇ JP모건 전략가 "경제·투자적 관점서 밤잠 설칠 필요 없어"
미국 입장에서 국제 유가 상승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투자은행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경제적·투자적 관점에서 올해 정말 밤잠을 설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고 포천지는 전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덕분에 원유 수요가 줄고 미국 국내 공급도 계속 증가하는 등 미국 내 수급 측면에서 유가 하락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수압파쇄법의 발달에 따른 셰일유 생산도 늘어난 상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완화될 것으로 본다.
또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연준이 최근의 공격적인 긴축 조치의 상당 부분을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로서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등 걱정거리가 많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능성이 가장 큰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면서도, 유가 강세장이 펼쳐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연말에 배럴당 107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면서도 유가가 고공 행진할 경우 미국의 셰일유 생산이나 청정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사우디·러시아가 무작정 유가를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 행정부가 유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 만큼,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통해 원유 공급 확대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