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방산거래, 중러 연계 의혹에 무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방산업체가 수백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추진했으나 사우디 방산업체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러시아 기업과 연계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거래가 무산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방산업체 RTX(옛 레이시온 테크놀로지 코퍼레이션)와 사우디 무기회사 스코파(Scopa)는 지난해 방공 시스템 공장을 사우디에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거래가 성사됐다면 사우디는 250억 달러(약 33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을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관련 예상 매출액도 170억 달러(약 22조 원)로 평가됐다.

그러나 해당 거래는 스코파의 소유주인 모하메드 알라즐란이 설립한 또 다른 방산업체 '탈 밀리터리 인더스트리'(Tal)와 '세파 밀리터리 인더스트리'(Sepha)가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러시아 기업과 연계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올해 초 무산됐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알라즐란이 미국 당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통신기술업체 '컨선 그래닛 일렉트론'의 임원을 세파에 고용한 데 이어 탈에는 중국 국적자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탈은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 최소 6곳과 접촉했으며, 세파는 사우디에서 러시아산 탄약 등을 홍보하고 러시아 군수업체와 장갑차를 공동 제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파는 또 사우디 국방부에 판매할 이동식 방공 시스템 등을 벨라루스 국영 무기 수출업체 '벨테크엑스포트'에서 인수키로 하는 예비 계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이들 기업은 이 기간에 스코파 직원들과 컴퓨터 서버를 공유했다고 한다.

그간 스코파는 RTX의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하려 시도해왔다고 WSJ은 전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알라즐란은 RTX가 스코파와의 협상을 중단한 데 대해 "성급하고 비논리적이며 심지어 비이성적"이라면서 "우리는 국제 제재를 받는 어떤 기업과도 협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사우디는 최근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사우디와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군사 협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아울러 제3국이 중국, 러시아와 거래할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이들이 미국의 기밀 군사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