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에 도전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대만 유사시 방어 공약을 공개 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방송된 NBC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을 말하면 거저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직 바보들만 거저 준다"며 "나는 어떤 것도 테이블 위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5월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스(Yes).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한 것을 포함해 여러차례 '대만 방어' 공약을 밝힌 바 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만 문제 등 세계적 갈등 사안과 관련, 미국의 개입 의지를 밝히는 '전략적 선명성'을 통해 억지 효과를 도모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식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다시 말해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갈등의 양 당사자로부터 얻을 바를 얻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 4개 사안, 91개 혐의로 형사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2020년 대선 결과에 도전하기로 한 것은 자신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것은 "나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선 결과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재임 당시 행정부 고위 관리들과 선거운동 본부 소속 변호사들 견해를 듣지 않았다면서 대신 다른 사람들 의견을 청취했고, 종합적으로 선거가 조작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선거 조작이 없었다는 참모들의 견해를 배척한 배경에 대해 "나는 그들을 변호사로서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 변호사들은 "이름만 공화당원인 것으로 드러났고, 여러 사례에서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선거가 조작됐다고 하는 다른 많은 이들을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이겼다고 말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판단"이라고 밝힌 대목이 그의 형사재판 변론 전략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선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 변호사 조언을 따랐다는 식으로 빠져 나가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후 '대선 결과 조작은 없었다'는 측근 변호사와 정부 관리들의 진언에도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 뒤집기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대배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때인 2021년 1월 당시 조지아주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천780표를 찾아내라'고 지시한 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한 바 있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는 가장 효과적인 정부 형태"라고 말했지만 "공정한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며 미국이 지금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 결과에 반발한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상황을 TV로 봤느냐는 질문에는 "당신에게 말하지 않겠다. 나는 나중에 적절한 때 사람들에게 말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