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최악의 여름' 지나는 중…지나친 권력집중으로 자초"

경제침체·청년실업 등 악재 잇따라…혼란·민심 이반 조짐 뚜렷
서방 전문가 진단 "시 주석 주변에 '예스맨'만 남긴 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경제 침체와 극심한 청년실업, 핵심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낙마 조짐 등 갖가지 악재에 부딪히자 그 자신 1인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된 부작용이라는 진단이 서방에서 나온다. 올해 들어 중국 경제는 경기침체 속에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부동산·금융업계를 중심으로 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확산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 6월 역대 최고치인 21.3%까지 치솟은 이후 발표가 중단됐으며, 청년들이 농촌 지역 등으로 '하방'해 고생을 겪어봐야 한다는 당국의 처방은 젊은 층의 반감을 사고 있다.

중국 곳곳이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광범위한 침수 피해를 본 가운데, 지난달 초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의 최고 관리가 베이징을 홍수로부터 지키기 위해 허베이성을 희생시켰다는 식의 말을 했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핵심 인사들마저 소리 없이 사라지는 등 정부 내의 혼란 조짐도 뚜렷하다.

친강 외교부장(외교장관)이 한 달간의 '잠적' 끝에 지난 7월 해임된 데 이어 최근에는 리상푸(65) 국방부장(국방장관)도 2주 넘게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의 부패 혐의 조사설이 퍼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로리 대니얼스 상무는 "중국이 결국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또는 최소한 날로 커지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와 관련해 시 주석에 대한 인민들의 불신이 커져 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밝혔다.
중국 법·인권 전문가인 제롬 코언 뉴욕대 교수도 시 주석이 '어려운 여름'을 겪고 있다며 중국 민심의 불만 징후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을 둘러싼 중국 권력 핵심부마저 동요하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이 지난달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등 원로 그룹으로부터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간언을 듣고 측근들에게 "문제가 내 탓인가"라며 분노를 쏟아냈다고 전했다. 쩡 전 부주석이 시 주석 면전에서 과거와는 다른 강한 어조로 "더는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원로들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을 포함한 중국의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로 그룹의 예상치 못한 간언에 허를 찔린 시 주석은 다른 장소에서 측근들에게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덮쳐왔다"며 "10년이나 노력했지만,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다.

이게 내 탓인가"라고 격분해서 말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겪는 이런 악재들의 최소한 일부는 권력이 지나치게 그에게 집중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니얼스 상무는 "신뢰할 수 있는 보좌진 풀이 계속 축소되면 좋은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시 주석이 직면한 주요 어려움은 자신의 철권통치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집권 3기 들어서 확고한 1인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 곁에 점차 '예스맨'들만 남게 되면서 그가 여러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코언 교수는 "(시 주석의) 본능적인 초기 반응은 더 강하게 단속하는 것이지만, 한계에 가까워졌을 수 있다"며 그가 중국 인민들의 불만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는지가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 주석이) 이런 식으로 무한정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직 바닥을 치지는 않았다"면서도 "모두를 감옥에 집어넣을 수는 없다. 결국 정책의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