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된 아들 살해 후 유기한 20대, 첫 재판서 "혐의 부인"

변호인 "살인 아닌 영아살해 혐의 적용해야"

4년 전 혼자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생후 36일 된 아기를 살해한 후 풀숲에 버린 20대 친모가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21일 오전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살인 및 시체유기 사건 첫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살인죄가 아닌 영아살해죄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녀를 병원에서 인도받자마자 한 시간 만에 범행에 이르렀다"며 "(병원에 있던) 한 달 동안 지친 상태와 불안감들이 유지됐고, 아이를 인도받자마자 곧바로 범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법 251조(영아살해)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혹은 양육할 수 없다고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출산 후 30일이 지난 시점에 범행했으나, 한 달여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직후 아이를 살해했기 때문에 영아살해죄를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영아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가볍다.

변호인은 또 시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시체를 살해 장소에 그대로 뒀으므로 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과 A씨 친모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법리 적용 등을 다툴 예정이다.

미혼모인 A씨는 2019년 4월 30일 대전의 한 병원에서 남자아기를 출산하고, 한 달여 뒤인 6월 5일에 퇴원해 주거지 인근 하천 변에서 아기를 5∼10분간 꽉 끌어안는 수법으로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아기가 선천성 질병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되자 혼자 키울 자신이 없고, 입양을 보내려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범행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고 '대전 영아 사망 사건'으로 불린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