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11월 APEC 회의 불참…"왜? 페루 대통령 오니까"

페루 前대통령 탄핵 놓고 관계악화…"가짜 대통령" vs "외교적 기피인물"
멕시코 대통령이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당초 계획과 달리 불참하기로 했다. 페루 현 대통령이 그 회의에 참석한다는 이유에서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저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그 배경으로 "(현재) 우리는 페루와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는 차기 APEC 개최 예정국인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올해 회의에 참석하는 가운데 그와 마주치지 않으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페루 양국 정상의 껄끄러운 상황은 지난해 말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부터 시작됐다.
멕시코 대통령이 현 페루 대통령을 "가짜 대통령, 권력 찬탈자"라고 여러 차례 강도 높게 비판한 게 발단이었다.

페루 정부도 이에 응수해 멕시코 대통령을 '외교 블랙리스트'(페르소나 논 그라타)에 올리고 입국을 금지했다. 이달 초 남미 콜롬비아·칠레 순방 당시 페루 영공을 지나는 일반적인 항로를 기피하고 빙 돌아갈 정도로 멕시코 대통령의 '페루 기피'는 노골적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6일 "우리가 페루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일"이라며, 당장 현 상황을 개선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달 APEC 회의 참석과 미국·멕시코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던 적 있는 멕시코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그를 멕시코로 초청하거나, 제가 11월께 워싱턴DC에 방문해 투자와 이민자 문제, 마약 밀매 근절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캐나다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