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투혼의 9점' 에페 맏형 권영준 "모든 것 걸고 올림픽으로"

남자 에페 맏형 권영준(36·익산시청)의 투혼이 한국 펜싱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전 종목 입상을 완성했다.

권영준, 김재원(충북펜싱협회), 마세건(부산광역시청), 손태진(세종시체육회)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에페 대표팀은 29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남자 사브르와 플뢰레, 여자 에페 대표팀이 금메달, 여자 플뢰레 팀이 은메달을 따내고,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동메달을 가져온 가운데 마지막 종목인 남자 에페에서 '노 메달' 위기를 극복한 동메달이 추가됐다.

남자 에페 대표팀은 이날 중국과의 8강전에서 4라운드까지 15-8로 앞서다가 점차 격차가 좁아지더니 8라운드 이후엔 36-35, 턱 밑 추격을 허용했다.

권영준이 란밍하오와 맞붙은 마지막 9라운드 첫 점수를 내줘 36-36 동점도 허용했으나 접전에서 버텨내고 9득점을 책임지며 45-41 승리로 메달권 진입을 확정했다.
대회를 마치고 연합뉴스와 만난 권영준은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이 많이 나와서 마지막에 나서며 부담감이 컸다.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도 입상자가 없었는데, 메달 없이 가면 면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도 설쳤다"며 "8강을 잘 마무리하고 후배들과 메달을 가져갈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선 초반부터 내준 주도권을 줄곧 회복하지 못한 채 34-45로 져 대회의 끝은 다소 아쉽게 됐다. 권영준은 "이번 시즌 일본과 월드컵 두 차례 맞대결에서 다 이겼는데, 일본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초반에 리드하는 작전을 세우고 들어갔으나 틀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당황했다"고 되짚었다.

남자 에페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함께하던 베테랑 정진선, 박경두가 떠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박상영이 선발전 탈락으로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하는 등 여파로 과거 같은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 개인전엔 권영준과 김재원이 출전했으나 각각 16강과 8강에서 탈락했고, 단체전에서도 8강 탈락 위기를 가까스로 면했다.

1년도 남지 않은 파리 올림픽 출전권 확보는 당면 과제다.

올림픽 펜싱 단체전엔 종목별로 개최국 옵션을 빼면 8장의 출전권이 걸려 있다.

내년 3월까지 팀 세계랭킹 1∼4위에 출전권이 우선 주어지고, 남은 네 장은 5∼16위 내에서 4개 권역별 순위를 따져 가장 높은 팀에 배분된다.

현재 한국의 남자 에페 팀 세계랭킹은 4위다.

권영준은 "11월 초 월드컵 시즌이 시작된다.

현재 랭킹을 잘 유지해야 한다"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파리에서도 메달이 나올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늘 '벼랑 끝'에서 하고 있다고 느끼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제 모든 것을 걸어서 해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