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살인죄'·친모 '아동학대치사죄'…운다는 이유로 범행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서 확인…유기한 시신은 못찾아
생후 3개월 된 자녀가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묻은 비정한 부모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됐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이 사건 피해 아동의 생부인 30대 A씨를 살인 및 시신유기 혐의로, 생모 20대 B씨를 아동학대치사 및 시신유기 혐의로 각각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4월 광주광역시의 한 모텔에서 생후 100일이 되지 않은 여아를 이불로 덮어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의 범행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이후 A씨와 함께 숨진 아기의 시신을 전남 지역의 한 야산에 묻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2015년~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 즉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보건복지부 전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복지부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오산시는 B씨 등을 상대로 한 자체 조사 후에도 아기의 생사를 파악할 수 없자 지난 7월 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피의자 검거 및 구체적 경위 파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B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2018년 1월 광주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낳았으며, (당시 사실혼 관계에 있던) A씨와 함께 모텔에서 살면서 양육했다"며 "A씨가 아기를 데리고 나가 어딘가에 맡긴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A씨와 헤어져 아기의 생사를 알 수 없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경찰은 A씨 추적에 나섰지만, 그는 다른 범죄 혐의로 수배가 내려져 지방에 은신 중이었다.
경찰은 A씨를 찾기 위해 통신 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수사를 벌여 결국 사건 배당 두 달여 만인 지난달 9일 A씨를 검거했다. 이후 경찰의 조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A씨와 B씨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진술을 하면서 수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끈질긴 수사 끝에 경찰은 결국 B씨로부터 "A씨가 아기가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이불을 덮어놨는데, 나중에 보니 숨져 있었다"는 진술을 끌어냈다.
범행에 대해 자백을 받은 경찰은 이들 두 사람이 숨진 아기를 묻었다는 전남 지역의 야산에 대해서도 두 차례 수색했지만, 시신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와 B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보고, A씨를 지난달 26일 먼저 구속 송치하고, B씨를 지난 18일 역시 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생모 B씨에 대해서도 살인 혐의를 적용하려 했지만, 법리 검토를 한 결과 무리가 있다고 봤다"며 "다만 생부 A씨의 범행 사실을 알고도, 보호자로서 구호 조처 등을 하지 않은 점을 확인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