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산하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이 기본적인 수칙도 지키지 않고 법정 감염병 진단검사를 수행한 사실이 자체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26일 전북도 감사관실에 따르면 보건환경연구원은 감염병 검체와 시약을 분리하지 않고 이를 모두 시약 전용 보관기에 넣어 보관했다.
코로나19 '거짓 양성' 사례를 분석한 논문에는 검체와 시약의 오염 가능성이 커 이를 분리해야 검사 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보건환경연구원은 충분한 저장 용량을 갖춘 대당 1천200만원 상당의 시약 보관기 10대와 대당 300만원의 검체 보관기 3대를 보유했음에도 이러한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업무 담당자는 지난 5월 현장점검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검사 편의를 위해 검체와 시약을 함께 보관했다"고 해명했다.
원칙 없는 검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감염병 진단검사 기본원칙'에 따라 각기 다른 감염병 검사를 독립된 공간에서 수행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겼다. 예컨대 같은 실험실 한쪽에서 유증상자의 대변 살모넬라균을 분리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다른 쪽에서는 집단 식중독 사고 원인균 규명을 위한 검사를 하는 식이었다.
이 경우 같은 공간에 있는 살모넬라균이 식중독 원인 규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검사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감사관실의 설명이다.
또 보건환경연구원은 검사자 감염예방을 위한 호흡 보호구조차 착용하지 않고 각종 검사를 수행했고,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의료폐기물도 개방된 용기에 보관하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보건환경연구원은 감사 결과를 수용하면서 '감염병 진단검사 원칙과 지침에 따라 실험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감사관실에 전해왔다.
도 감사관실은 이 밖에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 종사자 건강진단 및 안전교육 소홀, 수질 측정망 운영 부적정 등 8건을 적발하고 주의 등 행정 처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