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인신매매 의심 범죄조직 단속…한국인 포함 600명 구금

당국 "용의자·피해자 구분중"…온라인 사기·성매매 동원 가능성
필리핀 경찰이 인신매매로 인력을 모아 온라인 사기와 성매매 등에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을 급습, 약 600명을 구금해 조사 중이다. 29일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경찰이 지난 27일 밤 마닐라의 한 건물을 불시 단속해 중국,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국적을 가진 598명을 구금했다고 전날 밝혔다.

크리스핀 레물라 법무장관은 용의자인지 피해자인지 구분하기 위해 이들을 면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중국대사관에 인터넷 게임 회사 허가를 받고 업체를 운영해온 것으로 보이는 9명의 신원 파악을 요청했다. 레물라 장관은 "인신매매 등으로 거액을 버는 대규모 조직"이라며 "현장에서 발견된 암호화폐 및 '러브 스캠(Love Scam)' 사기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컴퓨터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금된 일부 중국인의 몸에는 고문받은 흔적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치 않게 붙잡혀 있었다고 진술했다. 한 중국인은 자신이 다른 필리핀 온라인 게임 운영 업자에게 납치돼 50만페소(약 1천200만원)에 넘겨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국인은 1년간 하루 최대 15시간까지 강제로 일해왔다고 말했다.

경찰이 단속한 건물 내에는 마사지실과 성인용품, 노래방과 식당 등도 있었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인신매매 등으로 인력을 끌어모아 온라인 사기 등에 강제로 동원하는 범죄 조직들이 활개 치고 있다.

필리핀 경찰은 지난 6월에도 인신매매를 당해 온라인 카지노에서 일해온 외국인 1천여명을 구출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국제 온라인 범죄에 동남아시아인 수십만명이 강제로 연루돼 있다며, 고임금 등을 미끼로 일종의 취업 사기를 벌여 범죄에 끌어들인다고 소개했다. 유엔은 취업 등을 구실로 사람을 데려와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까지 인신매매로 규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