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특별감찰관 사무실에만 월 5천만원…올해도 10억 편성

예산정책처 "정부 청사 내로 이전 필요…활동 없으므로 감액해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자리가 7년째 비어있지만, 올해도 10억가량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대통령 소속이지만 독립된 지위를 갖는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임 이후 지금까지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한 차례도 임명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전년 대비 1천200만원을 증액한 10억900만원을 특별감찰관 운영에 편성했다.

예산 편성은 현행 특별감찰관법에 따른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없지만,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사무실은 현재까지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 중이다.

현재 파견 공무원 3명이 특별감찰관 임명 시 조직 운영 재개를 대비해 문서 및 시설관리 등 조직 유지를 위한 행정 업무만을 수행 중이다.

세부적으로는 특별감찰관 인건비에 2억7천200만원, 기본 경비에 3억3천300만원, 특별감찰활동에 4억300만원이 각각 편성됐다. 특별감찰활동 항목엔 사무실 임차료 및 관리비 등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임차료(월 3천490만원)와 관리비(월 1천680만원)에 들어간 예산은 총 5억1천700만원이다.

활동이 전무하지만, 서울 한복판 사무실을 쓰는 탓에 임차료를 내는 것이다. 인건비는 2019년 이후 전혀 집행되지 않았다.

인건비를 관례적으로 편성하고 매년 불용 및 전용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예산정책처는 "특별감찰 활동이 없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재정의 효율적 운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무실을 최소 규모로 편성해 정부 청사 내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무실 인력 3명이 근무할 청사 내 소규모 사무공간을 마련하거나 파견 인력을 원소속기관으로 복귀시키는 등 조치를 통해 인력을 축소하라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아울러 "특별감찰관이 장기간 임명되지 않고 활동이 없으므로 예산을 감액할 필요가 있다"며 "인사청문 실시 등 특별감찰관 추천 및 임명 절차가 이뤄지는 경우 예비비를 통해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특별감찰관 임명은 사실상 무기한 보류 상태다.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해 8월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국회 논의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특별감찰관법은 국회가 15년 이상 판·검사나 변호사를 지낸 변호사 중 3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