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했다·난 몰랐다"…트럼프 장·차남, 법정서 모르쇠 일관(종합)

트럼프그룹 자산가치 조작 혐의…트럼프 변호인 "은행도 돈 벌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가족 기업의 자산가치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장남과 차남이 법정에서 무고함을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자산가치를 부풀린 서류를 제출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외부 회계법인의 책임을 언급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은 회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면서 "공인회계사들을 고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내가 내린 모든 결정은 회계법인이 제공한 재무 정보에 기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답변은 부친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류 조작 문제에 대해 "서류는 회계사들이 작성한 것이지 내가 만든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서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축소하면서도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선 자산가치를 부풀렸다고 보고 트럼프 일가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자녀들까지 심문한 검찰은 트럼프 그룹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200여차례의 자산가치 조작을 통해 약 2억5천만 달러(약 3천335억 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장남에 이어 증언대에 오른 차남 에릭은 조작된 자산평가 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인했다.

그는 트럼프 그룹의 회계담당자에게 자산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산평가 서류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했다. 에릭은 검찰이 반대 증거를 제시하자 "트럼프 그룹은 막대한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수년 전에 만들어진 특정 서류에 대해 세세하게 기억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부동산에 대한 가치 평가는 부정확할 수 있고, 은행이나 보험사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자산가치가 부풀린 서류를 만든 배경에 불법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도 트럼프 그룹과의 거래를 통해 돈을 벌었다"며 양측의 거래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민사 소송이기 때문에 형사 재판과는 달리 배심원단이 아닌 판사가 검찰이 제출한 각종 증거와 피고, 증인 등의 증언을 듣고 판결한다.

장녀 이방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다음 주에 증언대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사 재판에선 피고가 증언을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