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위워크 파산에 15조원 손실…명성엔 더 큰 타격

블룸버그 "오만함이 판단력 흐리게 해…잘못된 투자 결정"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의 파산신청은 이 회사에 거액을 투자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에게 115억 달러(약 15조770억원)의 손실을 안겨주었으며 그의 명성에는 그보다 더 심한 손상을 입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은 측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 그룹과 비전 펀드의 자금 수십억 달러를 끌어다 위워크 창업자 아담 노이만에게 전달했다.

이 투자에 힘입어 위워크는 2019년 초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뒤 위워크의 기업공개 서류에서 이해 상충 문제가 드러났으며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후 위워크의 주가 급락으로 인해 소프트뱅크는 약 115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 손실을 보았으며, 22억 달러(2조8천800억원)의 부채도 떠안게 됐다.

작년에 비전 펀드가 320억 달러의 기록적인 손실을 본 데다 위워크 주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전설적인 벤처캐피탈 투자자로서의 손 회장의 입지는 타격을 받았다.

손 회장은 앞서 중국 이커머스 업계 선두 주자 알리바바 그룹에 대해 초기에 베팅해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의 아스와스 다모다란 교수는 "실수한 것은 회복할 수 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에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겠나"라며 "그의 행동은 '나는 오만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모다란 교수는 손 회장이 알리바바 그룹 투자처럼 닷컴 붕괴 때 살아남았던 경험이 그의 판단력을 손상시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워크 사태 이전에는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매우 신중하고 영리하며 비전 있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성공은 때때로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파고든다. 성공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확신했을 수 있다.

결국 거기에 몰락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손 회장은 2017년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설립해 세계 최대 기술 투자자로 발돋움하고 수백 개의 스타트업에 1천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창업자들이 원한 것보다 더 많이 투자하기도 하면서 실리콘 밸리 경쟁자들로부터 비난받기도 했다.

손 회장은 창업자의 반짝이는 눈빛이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포스와 비슷한 영감을 예로 들며 자신의 투자 결정을 본능에 따른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손 회장의 이런 직관에서 나오는 신뢰 때문에 위험 신호나 조언자들의 반대, 심지어 노이만 창업자가 제기한 문제 제기에조차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전직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지적했다.

2019년 위워크가 기업공개 계획을 철회한 후에도 소프트뱅크는 95억 달러 규모의 구제책을 마련했다.

손 회장은 이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위워크의 수익성을 위한 '가상' 경로까지 제시하며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첫 번째 비전 펀드에 60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손 회장의 위워크와 다른 스타트업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졌다.

경쟁펀드들이 소프트뱅크의 거액 투자에 압박받자 손 회장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빠른 속도로 유니콘을 만들어 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하지만 거액 투자가 매출이나 수익, 기업공개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실패로 이어지기까지는 몇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스트리스 어드비저리의 커크 부드리 애널리스트는 "중요한 것은 투자 손실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라면서 "막대한 현금이 투입되면서 기업가치는 인위적으로 부풀려졌고 오만함이 생겨 결국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