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美 대학신문 1면에 박제된 총기 참사 공포

"어디 있니, 괜찮아?"
메인주에서 지난달 말 총기 난사 사건으로 18명이 사망하는 등 미국에서 총기 참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8월말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 채플힐 캠퍼스가 발행한 대학 신문의 1면 메시지가 미국 사회에서 아직도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학 신문은 지난 8월 28일 캠퍼스에서 교직원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3시간가량 학교가 봉쇄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1면에 실었다. 별다른 설명이나 사진 등 이미지 없이 1면에 활자화된 메시지들은 총기 사건이 발생한 직후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주는 공포감 속에서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는 절박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밖에서 누군가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경찰이길 바란다고 하거나 친구들에게 문을 잘 막거나 잠그라고 하는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 끔찍한 당시 상황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N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신문의 편집장인 에미 마틴도 당시 저널리즘스쿨 도서관에 갇혀 있었다. 그녀는 당시 자신의 안부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한꺼번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았고 총기 사건에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1면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 대학 신문의 인쇄 담당인 케이틀린 야에데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당시 올린 글에서 "UNC 학생들이 주고받은 가슴 아픈 문자 메시지를 타이핑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케이틀린 야에데는 자신의 엑스에 신문 1면을 공유했으며 현재까지 841만건 넘는 조회를 기록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당시 엑스를 통해 이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총기 폭력에 대한 대응을 재차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메인주 총기 난사 사건은 물론 핼러윈 때도 미국 전역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하는 등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등에서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공격용 소총 판매금지 등과 같은 근본적인 총기 규제 요구가 미국에서 분출했으나 아직 상황 변화는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롭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 중 한명을 잃은 학부모의 의회 증언도 공허한 목소리로 남아있다.

그녀는 당시 "선거 운동에 돈을 대는 사람들에게 총이 애들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에는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