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옷 안 샀다"…의류업계, 3분기 실적부진에 '울상'

주요 의류업체 5곳 중 4곳 영업이익 급감
4분기에 실적개선 주력…소비심리는 변수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올해 3분기에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단가가 저렴한 여름옷을 판매하는 3분기에는 구조적인 비수기인 데다가 불황에 따른 소비 부진,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기 누린 호황에 따른 역기저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8.5% 감소한 3천1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75.1% 급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지난해 높은 기저와 소비심리 위축, 일부 브랜드 계약 종료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셀린느 등 해외 핵심 패션 브랜드와의 계약이 종료되고 데이즈 브랜드 소싱 사업을 정리한 여파가 3분기에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한섬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천241억원과 8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5.1%, 73%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섬 관계자는 "소비 둔화에 따른 의류 시장 위축과 해외 브랜드 출시, 영업망 확대 등 신규 투자 확대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F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1% 줄어든 4천16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매출 감소에 리복 등 수입 신규 브랜드의 마케팅 비용 증가로 작년보다 51.5%나 감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의 3분기 매출은 2천47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 늘었으나 영업손실이 99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프리커 등 신규 브랜드 출시와 기존 브랜드의 리브랜딩, 글로벌 사업 확장 등으로 비용이 증가했다.

또 골프 수요가 줄어들며 골프복 매출이 부진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다만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3분기 매출은 4천560억원으로 3.2% 줄고 영업이익은 330억원으로 13.8% 늘며 비교적 선방했다.

삼성물산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은 줄었으나 수입 상품과 중국법인 개선으로 수익성은 작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의 여파로 각 업체의 주가도 고전하고 있다.

LF 주가는 지난 6월 말 1만6천990원에서 전날 1만4천90원으로 17.1% 떨어졌다.

한섬 주가도 같은 기간 2만3천250원에서 1만9천580원으로 15.8% 하락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전날 1만6천710원으로 6월 30일(1만7천30원)보다 1.9% 떨어졌다.

패션업체들은 4분기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비용을 줄이는 등 실적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옷과 신발 물가가 매달 1년 전보다 5∼8%대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의류 소비는 2년여 만에 최장기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의복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105.9(불변지수·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4% 떨어졌다.

의복 소매판매액 지수는 올해 4월(-3.2%)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겨울철인 4분기에는 겉옷 위주로 판매가 되다 보니 3분기와 단가 차이가 크다"며 "4분기에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지만, 소비심리가 계속해서 위축하고 있는 만큼 판매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