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같이 밀려온다"…끝없는 러 공세에 지쳐가는 우크라 병사들

교전 이어지는 동부 전선서 러시아군 인해전술…우크라군 "근본적 변화 필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인해전술에 고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러시아 보병 무리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매일 러시아군을 쓰러뜨렸지만 갈수록 더 많이 몰려면서 탄약 부족으로 이들 모두에게 총을 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 보병들은 대부분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종종 무리를 지어 다녀 목표물로 삼기는 어렵지 않다고 전선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47여단의 이등병 보흐단 리센코는 "그들은 좀비처럼 온다.

일부는 헤드램프까지 착용하고 있다"며 기관총으로 공격하기 쉽다고 말했다.

47여단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위해 독일에서 미군으로부터 훈련받았고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미국제 브래들리 장갑차로 무장한 군대다. 문제는 러시아 군인들이 계속해서 몰려든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인해전술에 점차 지쳐가고 있다.

47여단의 미크하일로 코치우르바 상병은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것은 전략"이라며 "우리에겐 충분한 탄약이 없지만 그들에게는 충분한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우디이우카는 도네츠크 내 러시아 통제 지역과 가까워 전쟁 초반부터 교전이 잦았던 곳이다.

러시아는 최근 아우디이우카에 공세를 집중해, 수 주일 동안 병력 수 만 명을 보냈다.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가 점령하면 전쟁의 주도권이 러시아 쪽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할 수 있고,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선전전에서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공세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등 대규모 손실을 봤다.

우크라이나군 진지로 몰려드는 러시아 보병 중 일부는 자살에 가까운 공격을 계속하기보다는 항복을 선택한다.

항복한 이들은 자신들이 실수로 우크라이나 진지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지난여름, 우크라이나는 반격을 개시하며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약 20%를 되찾기를 원했으나 러시아군이 강력하게 맞서면서 현재까지 진군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47여단도 마찬가지였다.

코치우르바 상병과 리센코 이등병의 부대에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시작됐던 지난여름 120명이 배치됐으나 지금은 교체 병사를 포함해 20명 정도로 줄었다.

나머지는 사망하거나 부상했거나 공격부대에서 전출됐다.

교체돼 새롭게 온 병사들은 대부분 40세 이상이고 일부는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리센코 이등병은 "우리에게는 소모전을 벌일 기회가 없다"며 "우리 군대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