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사후 아프리카 세력다툼 재개…"바그너와 결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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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러, 바그너 세력 접수 시도…美 등 서방국은 바그너 대체하려"
중아공에 바그너 영향력 여전…"그들 없이는 48시간내 문제 생길 것"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망한 뒤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강대국 사이의 세력 다툼에 불이 붙었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에서 구축한 사업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그대로 접수하려 하고, 서방 국가들은 프리고진 사후 공백을 틈타 그간 바그너그룹에 밀려 쪼그라들었던 입지를 회복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NYT는 이러한 영향력 싸움의 주무대이자 향후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행보를 저울질해볼 가늠자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을 꼽았다.
중아공은 아프리카 내 바그너그룹의 핵심 협력국 중 하나다. 2014년 프리고진에 의해 창설된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 각국 정부에 군사적 지원을 해 주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과 항구 이용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겼다.
바그너그룹은 중아공에는 2017년 처음 진출했다.
반군 진압에 나설 정부군을 훈련시킬 교관을 시작으로 용병을 파견하고 무기를 제공했으며 그 대가로 중아공 내 최대 금광을 장악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8월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기 직전에도 중아공의 수도 방기를 방문해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라 중아공 대통령과 향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 사망 이후 중아공 정부에 러시아와 미국, 프랑스 정부가 앞다퉈 접근해 바그너그룹을 대체할 안보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아공 정부 관계자 3명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바그너그룹과의 협력관계를 청산하는 것을 대가로 안보 지원을 해주겠다고 최근 중아공 정부에 제안했다. 미국 민간 보안업체 밴크로프트의 대표자들이 방기에서 중아공 당국자와 만나기도 했다.
투아데라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인 피델 구안지카는 중아공 정부가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 다음 달까지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아데라 대통령은 또한 과거 자국을 식민 통치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협력관계를 논의했다.
중아공과 프랑스는 민간 분야 협력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프랑스는 중아공 등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에서 최근 수년간 반(反)프랑스·친(親)러시아 정서의 고조되며 주둔 병력을 철수시키는 등 입지가 축소돼왔다.
러시아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아공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블라디슬라프 일린 대변인은 프리고진의 사망이 러시아의 아프리카 개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러시아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돌아와 중아공과 안보 파트너십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아공 정부 내에서는 바그너그룹과 관계를 멀리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아공 정부 당국자는 "그들(바그너그룹)은 우리와의 협력이 서로 '윈윈'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관계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아공이 바그너그룹과 '이혼'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고 NYT는 짚었다.
프리고진 사후 중아공에서 바그너그룹의 세력이 약해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그 영향력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천명이 넘는 바그너그룹 용병과 최고 간부들이 중아공에 머물고 있다.
바그너 용병들은 투아데라 대통령 이동 시 경호를 맡고 있으며, 이들에게 훈련받으면서 바그너그룹의 로고를 단 정부군 병사들이 정부 청사와 대통령궁을 지킨다.
바그너그룹은 심지어 중아공에서 맥주와 보드카, 리쿠르 등 주류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바그너그룹 직원으로 일했던 압둘라예 이브라힘은 "바그너든 아니든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아공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주민을 폭행하거나 가축을 약탈하는 등 전횡을 일삼으면서 주민들의 반감도 적지 않지만 당장 결별은 어려워 보인다.
NYT는 중아공 정부가 바그너 용병에 의존하지 않고 반군 등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서방 국가들이 중아공에 바그너그룹과 같은 수준의 안보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특히 프랑스는 자국 군대를 아프리카에 다시 주둔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로베르 은고키 중아공 상공회의소 회장은 "서방은 우리가 바그너를 제거하기를 원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48시간 안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들이 내륙지역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평가도 비슷하다.
러시아 퇴역 장교이자 아프리카 안보 문제 분석가인 세르게이 엘레디노프는 "투아데라는 지팡이를 짚고 걷는 장애인과 같다"며 중아공이 바그너그룹의 안보 지원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레디노프는 또한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지 모르지만 바그너는 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중아공에 바그너 영향력 여전…"그들 없이는 48시간내 문제 생길 것"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망한 뒤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강대국 사이의 세력 다툼에 불이 붙었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에서 구축한 사업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그대로 접수하려 하고, 서방 국가들은 프리고진 사후 공백을 틈타 그간 바그너그룹에 밀려 쪼그라들었던 입지를 회복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NYT는 이러한 영향력 싸움의 주무대이자 향후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행보를 저울질해볼 가늠자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을 꼽았다.
중아공은 아프리카 내 바그너그룹의 핵심 협력국 중 하나다. 2014년 프리고진에 의해 창설된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 각국 정부에 군사적 지원을 해 주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과 항구 이용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겼다.
바그너그룹은 중아공에는 2017년 처음 진출했다.
반군 진압에 나설 정부군을 훈련시킬 교관을 시작으로 용병을 파견하고 무기를 제공했으며 그 대가로 중아공 내 최대 금광을 장악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8월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기 직전에도 중아공의 수도 방기를 방문해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라 중아공 대통령과 향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 사망 이후 중아공 정부에 러시아와 미국, 프랑스 정부가 앞다퉈 접근해 바그너그룹을 대체할 안보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아공 정부 관계자 3명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바그너그룹과의 협력관계를 청산하는 것을 대가로 안보 지원을 해주겠다고 최근 중아공 정부에 제안했다. 미국 민간 보안업체 밴크로프트의 대표자들이 방기에서 중아공 당국자와 만나기도 했다.
투아데라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인 피델 구안지카는 중아공 정부가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 다음 달까지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아데라 대통령은 또한 과거 자국을 식민 통치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협력관계를 논의했다.
중아공과 프랑스는 민간 분야 협력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프랑스는 중아공 등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에서 최근 수년간 반(反)프랑스·친(親)러시아 정서의 고조되며 주둔 병력을 철수시키는 등 입지가 축소돼왔다.
러시아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아공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블라디슬라프 일린 대변인은 프리고진의 사망이 러시아의 아프리카 개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러시아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돌아와 중아공과 안보 파트너십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아공 정부 내에서는 바그너그룹과 관계를 멀리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아공 정부 당국자는 "그들(바그너그룹)은 우리와의 협력이 서로 '윈윈'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관계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아공이 바그너그룹과 '이혼'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고 NYT는 짚었다.
프리고진 사후 중아공에서 바그너그룹의 세력이 약해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그 영향력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천명이 넘는 바그너그룹 용병과 최고 간부들이 중아공에 머물고 있다.
바그너 용병들은 투아데라 대통령 이동 시 경호를 맡고 있으며, 이들에게 훈련받으면서 바그너그룹의 로고를 단 정부군 병사들이 정부 청사와 대통령궁을 지킨다.
바그너그룹은 심지어 중아공에서 맥주와 보드카, 리쿠르 등 주류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바그너그룹 직원으로 일했던 압둘라예 이브라힘은 "바그너든 아니든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아공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주민을 폭행하거나 가축을 약탈하는 등 전횡을 일삼으면서 주민들의 반감도 적지 않지만 당장 결별은 어려워 보인다.
NYT는 중아공 정부가 바그너 용병에 의존하지 않고 반군 등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서방 국가들이 중아공에 바그너그룹과 같은 수준의 안보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특히 프랑스는 자국 군대를 아프리카에 다시 주둔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로베르 은고키 중아공 상공회의소 회장은 "서방은 우리가 바그너를 제거하기를 원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48시간 안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들이 내륙지역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평가도 비슷하다.
러시아 퇴역 장교이자 아프리카 안보 문제 분석가인 세르게이 엘레디노프는 "투아데라는 지팡이를 짚고 걷는 장애인과 같다"며 중아공이 바그너그룹의 안보 지원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레디노프는 또한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지 모르지만 바그너는 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