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깊숙한 암반 속에 처분된 방사성 폐기물 어떻게 될까

원자력연, 시뮬레이션으로 고준위 폐기물 장기 안전성 예측
국내 연구진이 지하 깊숙한 암반 속에 처분된 방사성폐기물에서 수십만 년 동안 발생하는 현상들을 예측해 이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저장처분기술개발부 김정우 박사 연구팀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 처분장 내 물질의 이동, 변화 등의 거동을 수십만 년 후까지 예측하고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듈화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아프로'(APro)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500m 지하에 처분된 방사성폐기물 주변에서는 수십만 년 이상 동안 복합적 현상들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처분된 사용후핵연료 붕괴열에 의한 열전달 현상, 암반과 단열을 통해 흐르는 지하수 유동 현상, 매우 높은 압력을 받는 암반과 처분장 구조물들의 역학 현상 등이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폐기물로부터 방사성핵종이 물에 녹아 누출됐을 때 다른 물질과 반응하는 지화학 현상 등도 연계된다.

기존 국내 평가 프로그램들은 단순화된 시계열 분석만 가능했고, 처분장 전체의 복합적 현상들을 고려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전체 처분장을 구획별로 나눠 각 구획 컴퓨터들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합치는 병렬계산, 처분장 구조물 내 조밀한 계산 영역에 대해 대용량 계산을 대체할 수 있는 별도의 기계학습과 같은 고성능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처분장 내에 발생하는 복합적 현상들의 변화 과정을 3차원적으로 평가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처분장 속 방사성 물질의 이동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지하 처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정 현상들만 조합해 상호 작용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전산 모듈화했다.

프로그램 사용자는 레고 조각을 조립하듯 원하는 요소들만 조합해 시공간에 따른 변화 과정을 3차원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지난 29일 열린 '2023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Safety Case 워크숍'에서 국내 전문가들에게 발표됐다.

3편의 SCIE 급 논문 게재, 1건의 특허 등록과 19건의 프로그램 등록도 마쳤다.

내년부터는 개발된 프로그램을 산업체, 학교, 연구소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할 계획이다. 조동건 사용후핵연료저장처분기술개발단장은 "지하 처분장이 안전하다는 것을 가상현실(VR)과 같은 첨단 영상 기술들을 통해 일반인이 직접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