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유치전 vs 전략 부재…부산 정치권, 엑스포 무산 공방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이 참패한 가운데 부산 정치권에서 실패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열린 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패배한 뒤 "송구하다"면서도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장을 지낸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도 최근 자신의 SNS에 쓴 글에서 "2035년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린다"면서도 "도합 4년, 문재인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사우디는 전 세계를 상대로 유치전을 펼쳐 온 결과라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2014년 7월 부산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엑스포 유치 추진방안을 만들고, 한 달 만에 1개 팀 규모 전담 조직을 꾸렸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30일 논평을 내고 "박 시장이 밝힌 '오일 머니와 사우디보다 1년 늦게 시작된 본격적인 유치전 때문'이라는 패배 원인은 결국 남 탓하는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립 외교뿐만 아니라 부산이 내세운 유치전략 슬로건도 엑스포나 전 세계가 공감하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유치 외교 실패이자 전략 부재에 따른 총체적 실패이기 때문에 박 시장은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말할 게 아니라 자신이 앞장선 2년 넘은 시간의 유치 활동과 전략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국민의힘 소속인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이 한 행사에서 부산 엑스포 무산에 대한 책임 문제를 언급하며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시당은 "김 구청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것은 민선 6기 오거돈 시장이 당초 강서구 맥도에서 현재 북항 용지로 무리하게 개최장소를 변경한 결과로 엑스포 유치경쟁에서 떨어졌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 구청장은 "오거돈 시정에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엑스포 개최 후보지를 당초 강서구 맥도에서 북항으로 일방적으로 옮겼기 때문에, 부산이 다시 엑스포 유치에 도전한다면 강서 맥도도 후보지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민주당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