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된 심장에 갑상선 호르몬 투여, 효과 없다"

심장을 기증한 뇌사자에게 심장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합성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심장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사자는 장기를 최대 8개까지 기증할 수 있다. 기증된 장기가 상태가 좋으면 뇌사 판정 후 최장 72시간 내 적출해 이식할 수 있다.

심장의 경우 그때까지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면서 보존되도록 의사들은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증된 심장은 약 50%가 기능이 악화해 이식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아직도 뛰고 있는 뇌사자의 심장에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면 심장의 생존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관찰 연구 결과들이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심장박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뇌사 상태가 되면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라즈 다르 박사 연구팀이 장기 기증 뇌사자 8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뇌사자에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5일 보도했다. 미국의 15개 장기 조달 기구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이들 뇌사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절반에겐 합성 갑상선 호르몬 레보티로신, 나머지 절반에겐 생리식염수가 투여됐다.

그 결과 갑상선 호르몬이 투여된 뇌사자 그룹에서는 230명(55%), 생리식염수가 투여된 뇌사자 그룹에서는 223명(53%)이 심장이 이식에 적합한 것으로 판정됐다.

갑상선 호르몬이 투여된 심장은 97%, 식염수가 투여된 심장은 96%가 이식 30일 후 정상 작동했다. 갑상선 호르몬 투여 용량을 줄이거나 투여를 중단한 심장은 혈압과 심박수 상승이 심하지 않거나 사라졌다.

이는 갑상선 호르몬 투여가 심장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결국 갑상선 호르몬 투여는 효과가 없고 심장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장기 조달 기구 여러 곳에서 장기 기증 뇌사자에 대한 갑상선 호르몬 투여 관례를 중단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