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로켓발사대 전투에 쓸 판"…비어가는 유럽 무기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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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이틀치 탄약만 보유"…전력약화 우려 커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럽의 전력 약화와 비어가는 무기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유럽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영국의 경우 배치할 수 있는 탱크가 150여대에 불과하다.
가동할 수 있는 장거리포는 10여개 남짓이다.
급기야 영국 군 당국은 지난해 박물관에서 로켓 발사대를 구입해 개조한 뒤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국방비를 많이 쓰는 프랑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랑스가 보유한 중화기는 90개도 안 된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거의 매달 잃는 중화기 수량에 해당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독일은 불과 이틀간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정도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 주요국의 무기고가 이처럼 비어 가지만 당장 상황을 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
WSJ은 유럽의 무기 생산 역량이 수년간 예산 삭감으로 인해 많은 부분 약화했다고 짚었다. 경제성장 둔화와 고령화 속에서 유럽 대부분의 정부가 예산 제약으로 인해 이러한 국면을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국방비 확보를 위해 복지 지출을 줄이는 것에 대한 정치적 반대도 큰 상황이다.
나토 자료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들의 군비 지출은 냉전 시기 연간 경제 생산량의 약 3%에서 2014년에는 약 1.3%로 줄어들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가 느렸다.
유럽 의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럽연합(EU)의 국방비는 2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와 중국은 국방 예산을 각각 약 300%, 600% 가까이 늘렸다.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 인도는 모두 유럽 군사력 1위인 영국보다 더 강력한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 파키스탄, 일본은 유럽 군사력 2위인 프랑스보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한국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약 50만 명)의 군대를 갖고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군수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폴란드의 무장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냉전 종식 이후 수십 년 동안 약화한 유럽 국방력의 버팀목이 된 것은 미국이었다.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 국방 정책을 뒷받침해왔다.
지난해 나토 국방비 지출의 거의 70%가 미국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영국 워릭대학의 전쟁학 교수인 앤서니 킹은 "유럽이 명백한 위협의 결여와 미군의 압도적 우세 덕분에 (국방에) 돈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비무장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기본적으로 잠들어 있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을 우선하는 고립주의 정책으로 기울고 거의 2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이 다시 부상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당장 유럽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전쟁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할 경우 3∼4년 이내에 완전 재무장해 다른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안고 있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WSJ은 짚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는 지금 소모전을 벌이고 있으며 우리가 탄약 생산에 진지해지지 않으면 전쟁의 위협이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경제적 제약과 무기 생산의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서 발을 빼기라도 하면 유럽은 그 공백을 메울 비축분이 없으며 우크라이나 지원과 자체 방위력 재건을 동시에 할 수 없다고 WSJ은 진단했다.
앞서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올해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군사적 지원과 관련해 "지금 바닥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은 EU가 당초 올봄까지 우크라이나에 포탄 100만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약 3분의 1 정도만 공급했다면서 서방 당국자 등에 따르면 빈곤한 독재 국가인 북한은 같은 기간 러시아에 100만발 넘는 포탄을 보냈다고 한다고 짚었다.
패트릭 샌더스 영국 육군참모총장은 지금의 상황을 영국과 동맹국들이 히틀러와 맞서 싸워야 할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던 1937년과 비교했다. 그는 1930년대의 교훈은 전략적 맥락과 위협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연합뉴스
가동할 수 있는 장거리포는 10여개 남짓이다.
급기야 영국 군 당국은 지난해 박물관에서 로켓 발사대를 구입해 개조한 뒤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국방비를 많이 쓰는 프랑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랑스가 보유한 중화기는 90개도 안 된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거의 매달 잃는 중화기 수량에 해당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독일은 불과 이틀간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정도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 주요국의 무기고가 이처럼 비어 가지만 당장 상황을 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
WSJ은 유럽의 무기 생산 역량이 수년간 예산 삭감으로 인해 많은 부분 약화했다고 짚었다. 경제성장 둔화와 고령화 속에서 유럽 대부분의 정부가 예산 제약으로 인해 이러한 국면을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국방비 확보를 위해 복지 지출을 줄이는 것에 대한 정치적 반대도 큰 상황이다.
나토 자료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들의 군비 지출은 냉전 시기 연간 경제 생산량의 약 3%에서 2014년에는 약 1.3%로 줄어들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가 느렸다.
유럽 의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럽연합(EU)의 국방비는 2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와 중국은 국방 예산을 각각 약 300%, 600% 가까이 늘렸다.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 인도는 모두 유럽 군사력 1위인 영국보다 더 강력한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 파키스탄, 일본은 유럽 군사력 2위인 프랑스보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한국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약 50만 명)의 군대를 갖고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군수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폴란드의 무장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냉전 종식 이후 수십 년 동안 약화한 유럽 국방력의 버팀목이 된 것은 미국이었다.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 국방 정책을 뒷받침해왔다.
지난해 나토 국방비 지출의 거의 70%가 미국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영국 워릭대학의 전쟁학 교수인 앤서니 킹은 "유럽이 명백한 위협의 결여와 미군의 압도적 우세 덕분에 (국방에) 돈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비무장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기본적으로 잠들어 있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을 우선하는 고립주의 정책으로 기울고 거의 2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이 다시 부상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당장 유럽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전쟁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할 경우 3∼4년 이내에 완전 재무장해 다른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안고 있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WSJ은 짚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는 지금 소모전을 벌이고 있으며 우리가 탄약 생산에 진지해지지 않으면 전쟁의 위협이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경제적 제약과 무기 생산의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서 발을 빼기라도 하면 유럽은 그 공백을 메울 비축분이 없으며 우크라이나 지원과 자체 방위력 재건을 동시에 할 수 없다고 WSJ은 진단했다.
앞서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올해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군사적 지원과 관련해 "지금 바닥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은 EU가 당초 올봄까지 우크라이나에 포탄 100만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약 3분의 1 정도만 공급했다면서 서방 당국자 등에 따르면 빈곤한 독재 국가인 북한은 같은 기간 러시아에 100만발 넘는 포탄을 보냈다고 한다고 짚었다.
패트릭 샌더스 영국 육군참모총장은 지금의 상황을 영국과 동맹국들이 히틀러와 맞서 싸워야 할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던 1937년과 비교했다. 그는 1930년대의 교훈은 전략적 맥락과 위협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