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으로 가족 화합·친구도 늘어 효과 만점이죠"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대회" 전국에서 다문화가족 몰려
축제라 우승보다 참가 의의 커…배드민턴대회 참가자들
"가족 화합에 배드민턴만 한 게 없습니다. 부부 금실도 좋아지고 자녀들과 대화의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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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 참가자들은 활짝 웃으며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대회로 오늘은 다문화가족 축제의 날"이라고 상기된 얼굴로 즐거워했다.

충남 논산시에서 온 김형섭·에린다 가족은 딸과 함께 부부복식·초등부 복식에 참가했다. 김형섭 씨는 "23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2년 전에 배드민턴을 함께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최근 가장 많아졌다"며 "건강에도 좋고 스트레스도 날리니 효과가 만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딸이 올해는 우승에 도전하기에 부부복식 예선 탈락이 아쉽지 않다며 에린다 씨는 "논산시 가족센터에는 필리핀 결혼 이주여성이 배드민턴을 함께하는 '키움클럽'이 있어 외롭지 않다"고 밝혔다
라켓을 잡은 지 1년도 안 됐다는 김동기·시앙쿤(중국) 부부는 "2연패로 예선 탈락한게 아쉽지만 함께 온 아들이 즐거워해 이제부터는 매년 개근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아들이 전국에서 온 다문화가족과 만나며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고 기뻐했다.

올해 '제3회 평택아시안컵배드민턴 대회' 여자 부문에서 우승자가 나온 평택시 가족센터의 배드민턴 클럽인 '라켓위드평택' 소속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중국, 베트남, 몽골 출신 결혼 여성 이민자들이 주축인 이 클럽 선수들은 "삶의 질이 향상됐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이 커진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배드민턴 자랑을 늘어놨다. 베트남 출신으로 고향의 동갑 친구끼리 여자복식에 출전한 이소현·리티응안 씨는 "베트남에서는 배드민턴이 국민스포츠라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배워 곧잘 치곤 했다"며 "한국으로 시집와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라켓을 잡았고 우정도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천 동구가족센터에서 만난 이주 여성들과 매주 배드민턴을 하는데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며 "이왕 출전하는 거 다음에는 우승을 목표로 도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내년 대회에는 남편과 함께 출전하는 게 목표라며 두 친구는 "다문화가족들의 잔치라 눈치 볼 것도 없고 승패를 떠나 맘이 너무 즐겁다"고 반겼다.
올해 대회는 성인부, 중고등부, 초등부로 나눠서 복식 경기를 진행했다.

전북 김제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가족과 함께 직접 차를 몰고 와 참가한 하봉두 씨는 "20년 넘게 배드민턴을 하다보니 다른 대회는 순위 입상이 목표지만 이 대회는 축제라서 오늘을 즐기고 있다"고 웃었다. 참가자들을 인솔해 온 경북 칠곡군 가족센터의 김다슬 씨는 "다른 행사와 달리 참가자들이 꼭 자녀를 동반해서 참가한다"며 "배드민턴하면서 가족의 의미도 되새기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도 생기니 일석이조"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