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 HMM 매도 의견 제시…팬오션은 분석 중단

"HMM 적정 주가 1만5천원…팬오션, 가치 희석비율 알 수 없어"
신영증권은 21일 HMM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하고, HMM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팬오션에 대해선 분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지 않은 주당가치로 매각처를 확정 지은 HMM 투자 매력도가 반감됐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변경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종목에 대한 매도 의견을 거의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도 의견은 이례적이다.

엄 연구원은 HMM의 적정가치를 1만5천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내년 추정 주당 순자산가치(BPS)에 목표배수 0.7배를 적용한 결과로, 전날 종가(2만2천100원)와 괴리율이 10%를 넘어 투자의견을 조정하게 됐다고 엄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인수 주체의 장기계획상 글로벌 상위 5위의 선사로 커지기 위해서는 현재 2.8%에 불과한 선대 점유율을 현재 몸집의 3배 이상으로 불려야 하고, 해당 선박기재 투자에만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매각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단에게 돌아가므로 미래를 위한 신규투자는 오롯이 HMM의 자체적인 자금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배당금 수취 안정성도 하락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엄 연구원은 팬오션에 대해서는 주당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면서 분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치 회복 기간이 1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필자는 1년 이내 주식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주주가치 희석 비율을 알 수 없음을 감안해 팬오션을 커버리지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엄 연구원은 팬오션-JKL 컨소시엄이 자체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를 3조5천억∼4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3분기 말 별도 기준으로 팬오션은 4천603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과 2천869억원의 기타금융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엄 연구원은 "팬오션도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을 위한 현금지출이 있어 연간 1조원 내외의 현금지출을 무시하고 보유 현금을 모두 인수자금으로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자본시장에 손을 벌릴 여지가 많다"고 봤다.

아울러 그는 이번 HMM 매각 성사로 한국 시장이 해운주 투자처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수에즈·파나마운하 통과 문제와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 확정 등 이슈로 선박 공급량이 줄며 내년 운임시장은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탱커·벌커 중심으로 호조가 전망되지만, 벌크 운송 기재 투자를 늘려 매출 레버리지 효과가 기대됐던 팬오션은 현금유동성을 업황 침체를 앞둔 컨테이너 선사 인수에 활용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팬오션이 자금 조달을 위해 최대 3조원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팬오션은 전날 증자와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계약 체결을 전제로 유상증자 추진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