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불법촬영 피해교사, 제자들에게 "상담받고 일어나보자"

"두렵고 무서웠다" 심경 토로…교사노조, 관리자 중징계 등 요구

제주 모 고등학교 불법촬영 사건 최초 신고자이자 피해자인 교사가 제자들의 피해를 걱정하며 상담 치료를 독려하는 글을 남겼다.
22일 제주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제주 고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 기기를 처음 발견해 신고한 A교사는 지난 20일 이 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 등 240여명이 가입된 피해회복대책위원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A교사는 게시글에서 "사건 관련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제자들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상담받고 있는 학생은 극소수라는 소식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저는 (불법촬영 기기) 발견자이자 찍히기도 한 피해자다.

처음엔 제가 피해자라는 게 드러나는 게 너무 두렵고 무서웠지만, 상담을 통해 피해가 조금은 치유될 수 있었다"며 "1대 1 상담이 가능하고, 철저히 비밀은 보장된다.

자신이 없으면 선생님이 동행해 일정을 맞춰 가줄 수 있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여러분이 참 많이 보고 싶다.

아프지 말고 다들 상담받고 일어나보자"며 제자들을 응원했다.

가해자의 학급 수업을 담당하기도 했던 A교사는 이 사건으로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아 입원을 권유받기도 했으나 학교, 교육청, 경찰에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통원 치료와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한다. A교사는 교사노조와의 소통 과정에서도 "저는 저를 지원해주시는 동료 교사분들과 학생들 덕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데, 아직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은 홀로 불안과 공포, 수치심 등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걱정과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노조는 "이 사건은 상당한 시일이 지나도록 경찰의 가해자 압수수색 등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피해 확인과 절차 안내가 안 이뤄지는 등 피해자들의 불안과 공포를 오히려 더 키운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당사자일 가능성이 있는 여성 교사 두 명에게 가정 방문을 지시하면서 학교전담경찰관(SPO) 동행을 하도록 하지 않아 피해 교사 한명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게 한 사안"이라고 학교 측 대응을 규탄했다.

교사노조는 "불법 촬영물 유포 가능성 등에 대해 피해자들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제주교육청 등에 관리자 중징계, 가해자 형사고발, 피해 교사 상담치료비와 변호사 선임비용 전액 지원 등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A교사는 앞서 지난 10월 18일 제주시 모 고교 체육관 여성 화장실 칸 바닥에 갑 티슈가 놓인 것을 수상히 여겨 내부를 확인해 렌즈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 놓은 휴대전화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휴대전화를 설치한 학생은 신고 이튿날 자수했으며, 결국 퇴학 처분을 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이 학생은 학교 여성 화장실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 화장실과 주변 거리에서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불법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불법 촬영으로 인한 피해자는 교사, 학생을 포함해 모두 200여명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