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만성콩팥병 주범은 당뇨병·고혈압…치료 적기 놓치지 말아야"

고령화에 만성콩팥병 환자 증가세…"저염식·체중관리·금주·금연 중요"
우리 몸에서 콩팥(신장)의 기능은 다양하다. 몸에 들어오는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과 함께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액의 산성도와 전해질, 수분도 조절한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적절한 몸속 환경을 조성하는 게 콩팥의 기본 기능이다.

이런 콩팥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압 상승과 부종, 식욕부진, 빈혈, 뼈와 혈관 손상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콩팥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보통 콩팥의 손상이나 기능 저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소변으로 단백질이 지속해서 나오는 단백뇨가 있거나, 사구체 여과율이 60mL/min/1.73㎡ 이하인 상태가 해당한다.

사구체는 콩팥에서 소변을 거르는 최소 단위로, 사구체 여과율은 1분에 소변을 얼마나 거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는 고령화의 여파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2년 13만7천3명에서 2022년 29만6천397명으로 10년간 2배 넘게 늘었다.

만성 콩팥병의 두 가지 중요한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전체 환자의 70% 이상이 이 두 질환에서 비롯된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이 외에 사구체에 염증과 손상을 주는 사구체 콩팥염, 큰 물혹이 여러 개 생기는 다낭성 신질환, 소변이 콩팥으로 역류하는 등 선천성 기형, 루푸스 등의 자가면역질환, 진통제 등의 약물 남용, 결석이나 전립선 비대로 인한 요로 폐색 등도 만성 콩팥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 콩팥병은 간단한 검사로 조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혈압 측정이다.

고혈압은 콩팥병 때문에 발생할 수 있지만, 이미 생긴 콩팥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둘째는 혈액검사에서 혈청 크레아티닌을 측정하는 것이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노폐물로, 콩팥을 통해 제거된다.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가 있다면 콩팥 기능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정상값은 인종, 체중, 성별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여성 0.6∼0.8 mg/dL, 남성 0.8∼1.1 mg/dL가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평균이다.

셋째로는 소변검사로 단백뇨, 혈뇨를 측정한다.

지속적인 단백뇨(알부민뇨)는 만성 콩팥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정상 수치 기준은 하루 30㎎ 미만이다.

혈뇨는 소변검사에서 적혈구가 5개 이상인 경우를 '이상' 소견으로 판정하는데, 콩팥 자체 질환과 요관, 방광, 요도 질환 등을 감별할 필요가 있다.

보통 사구체 여과율이 60 미만이거나, 단백뇨 또는 신장에서 발생한 혈뇨가 나오는 경우 콩팥병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초음파 검사를 하면 콩팥의 크기와 모양, 동맥의 혈액 순환, 요로 결석이나 종양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만성 콩팥병은 진행 단계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및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사구체여과율이 60 이상일 때는 당뇨병과 고혈압을 관리하는 게 필수다.

콩팥 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담배를 끊고, 정기적으로 혈액,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구체여과율이 30 이상∼60 미만일 때는 콩팥 손상과 기능감소가 가속하므로, 기저질환과 합병증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단백뇨, 고혈압, 빈혈, 뼈와 미네랄 이상 등이 이에 포함된다.

나아가 사구체여과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노폐물이 과도하게 축적돼 합병증이 더 진행할 수 있는 만큼 투석 치료나 이식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만성 콩팥병은 빠른 진단과 치료로 회복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혈압과 혈당을 정상 범위 내에 유지해야 한다.

저염식과 체중 관리, 금주, 금연 등도 필수다.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는 "정상인도 40대 이후부터는 노화로 인해 매년 사구체여과율이 1mL/min/1.73㎡가량 감소하는데, 당뇨병과 고혈압을 오래 앓거나 사구체신장염이 있는 경우에는 기능 저하가 더 일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성 콩팥병이라면 정기적인 검사와 전문가 상담을 통해 개인별 상황에 맞는 관리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