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매용' 상품 수입해 국내 판매…대법 "저작권법 위반"

"저작권자 허락범위 넘어 판매해 배포권 소진 안 돼"…저작재산권 침해
정당한 판매권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해 다시 팔았더라도 판매권이 부여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팔았다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천8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7일 확정했다.

A씨는 2015∼2016년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유사한 생김새의 미니블록 제품을 저작권자 허락 없이 국내에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중 '도라에몽' 캐릭터를 활용한 미니블록은 중국 내 판매권을 일시적으로 부여받은 B사로부터 A씨가 수입해 국내에 판매한 것들이었다. 도라에몽 캐릭터에 관한 원저작권은 일본 회사에 있으며 한국 내 상품화 사업권은 국내의 다른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쟁점은 저작권자의 배포권이 거래 과정에서 소진됐는지 여부였다.

배포권의 개념과 범위를 규정한 저작권법 제20조에는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돼 있다. 다만 저작물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해 저작권자의 배포권에 관한 '권리 소진의 원칙'을 정해놓았다.

이미 저작권자는 보상받을 기회를 가졌고 한번 판매된 이후로는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구입한 물품을 중고 거래 등으로 재판매하더라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과 같은 취지다. A씨는 중국의 판매권자로부터 자신이 제품을 사들인 시점에 저작권자의 배포권이 소진됐으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상당 부분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가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유죄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B사가 이용 허락 계약에서 정한 판매지역(중국)을 넘어서 피고인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한 행위는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B사의 행위는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이뤄진 것으로 저작권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저작권자의 대한민국에서의 배포권은 소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무단 배포할 경우 저작권자의 배포권은 소진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단 판매로 인해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이 침해된 점을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