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조희연 "학생인권조례 폐지되면 '인권헌장' 제정 가능"

"2028 대입개편 한계 분명…다음 안 고민해야"
"수능 타종 사고 유감…재발 방지 대책으로 보완하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9일 교육부가 현 중2 학생부터 적용될 2028 대입 개편안에 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한 것을 두고서 "한계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조 교육감은 "탐구 융합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것만으로는 고교학점제의 무력화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며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수년 후 대입 개편안에 대해 본격적 고민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또 경동고에서 발생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타종 사고를 겪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본부 요원의 타종 실수가 발생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안을 면밀히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경동고에서는 수능 날 1교시 국어 시간 때 시험 종료 벨이 1분 30초 일찍 울려 학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에서 폐지가 논의되는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폐지될 경우 '인권헌장'(가칭)과 교육 규칙, 훈련의 형태로 인권조례의 내용과 정신을 담아내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2028 대입 개편안' 어떻게 평가하나.

▲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고 탐구융합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한 정도는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탐구융합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것만으로는 고교 교육 정상화가 어렵고, 고교학점제의 무력화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한계가 명확하고 저도 국가교육위원회 일원이지만 안타깝다.

국교위는 협의 틀 자체의 한계를 갖고 있다.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수년 후 대입 개편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 서이초 교사 사망 관련 경찰 재수사를 의뢰하거나, 교육청 자체 감사 혹은 자체 포렌식을 할 생각이 있나.

▲ 기간제 교사 사망 사건의 경우 교육청에서 자체 포렌식도 의뢰했지만, 서이초 사건은 조금 다르다.

서이초 교사 휴대전화는 사건 초기 경찰이 가지고 가서 수사했기 때문에 교육청 권한 밖의 일이다.

순직이 인정되게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학교가 사법화될 수 있어 우려된다.

국민들의 분노를 사는 학교폭력 사건이 자꾸 나니까 더 강력한 사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쪽으로 경도되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더 차분하게 교육적 해결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지역청의 학교폭력 처리 과정의 한 하위 프로세스로 전담 조사관의 기능을 배치하는 방법도 있다.

엄정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의 경우를 전담 조사관이 다루는 것이다.

--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교폭력 사안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초등학교 저학년 학폭 사안을 일률적인 사안처리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사안 발생 초기에 적절한 상담과 갈등의 조정 및 화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정서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도와야 한다.

전담 조사관의 조사 과정에서 관계조정 프로그램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
-- '교권 보호 4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 통과 이후 교육청의 과제는.
▲ 남겨진 과제는 문제행동 학생의 분리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

교육청에서 문제행동 학생 분리와 교육적 지도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신학기부터는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행정적으로는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 교육감의 권한 범위 내에서 업무와 기구 조정 등을 통해 인권 구제 공백을 최소화하겠다.

교육 공동체의 공론과 참여를 기반으로 인권 조례의 내용과 정신을 담아내는 '서울교육 인권 헌장'(가칭), '권리장전' 등을 제정할 수 있다.

헌장 등을 실천할 때 따르는 사항들을 교육 규칙이나 훈령의 형태로 규정하는 방안도 있다.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 서울 경동고 시험장에서 1교시 종료 벨이 1분 30초 일찍 울려 수험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 이번 타종 사안으로 어려움과 심적 고통을 겪으신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교육감으로서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상황별 대처 방법 등 업무매뉴얼을 구체화할 수 있게 협의하겠다.

또 필요시 위기관리 요원을 배치해 인적 환경을 보강하는 등 시험장 방송실 환경을 개선하겠다.

-- 학령인구 감소와 관련해 사립학교에도 폐교 혹은 통폐합을 검토해달라고 전달했나.

▲ 지난 11월부터 이달까지 학교법인 이사장, 사립학교장을 대상으로 학생 수 급감 대비 사립학교 중장기 대책 마련 회의를 했다.

회의에서 학령인구 감소 추이 현황을 설명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내년 당장 통폐합을 검토하는 학교는 없다.

--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큰 폭으로 감소해 살림살이가 더욱 빠듯해질 것 같다.

▲ 교육청의 내년 보통교부금은 전년 대비 4천868억원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법정 전입금도 1천57억원이 줄어 전체 예산 규모가 전년 대비 1조7천310억원 줄었다.

몇 개 사업을 줄였다기보다는 교육 사업 전반에 걸쳐 규모를 축소했다.

교육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어 타격이 크다.

-- 3선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일은.
▲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특수학교를 설립했다.

강서 서진학교 설립과 17년 만에 설립한 나래학교, 동진학교가 삽을 떴다.

지난 달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결정된 성수공고 부지에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발표했다.

-- 가장 아쉬웠던 일은.
▲ 혁신교육의 그늘이 존재했다는 점이 아쉽다. 교사의 교육권 이른바 교권이 약화했다는 지적은 무척이나 뼈아프다.

/연합뉴스